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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노믹스 01월호] 전통시장 활성화 1부: 시장기능마저 잃어간다

윤준식 편집장 | 김형중 기자 승인 2022.01.31 23:46 | 최종 수정 2022.02.01 16:39 의견 0

윤준식: 이번 회는 전통시장 활성화 관련된 주제를 가지고 오셨네요. 2005년도에 제정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서부터 출발하는 내용을 주셨어요.

김형중: 전통시장이 가지는 여러 가지 문제도 있고 또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오늘은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2005년 이래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전통시장 활성화 육성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이 법은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시설 및 경영 현대화와 시장 정비를 촉진해서 지역상권을 활성화하고 유통산업의 균형 있는 성장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매우 거창한 목적을 가지고 제정되었습니다.

이 법은 전통시장을 자연발생적으로 또는 사회적 경제적 필요에 의해 조성되고 상품이나 용역의 거래가 상호 신뢰에 기초하여 주로 전통적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장소 중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에 한해 지자체장이 지정하는 곳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습관적으로 전통시장이라고 생각하는 곳 전체가 전통시장은 아닌 셈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v=UynhGmHYpO4

윤준식: 어찌보면 전통시장이라는 곳도 법으로 규정된 곳만을 의미하는 거군요.

김형중: 이후 로컬노믹스 다른 에피소드를 통해 얘기할 수도 있는데 ‘골목 상권’에 대해서도 법이 정의한 바가 있습니다.

윤준식: 이 법령이 정해지던 시기부터 재래시장이라는 말이 쏙 들어가 버렸어요. 재래시장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전통시장이라는 말로 바꿔 쓰기 시작한 때가 이 법이 나오면서부터인 것 같습니다.

김형중: 더 재미있는 점은 전통시장이라고 우리가 지자체에서 정해놓은 곳들 중에는 우리가 얼핏 생각하기엔 전통시장이라 생각하지 못할 곳들도 많이 있습니다.

윤준식: 그럼 전통시장에 대해 둘러봐야 될 것 같은데요.

김형중: 일단 법 관련된 얘기를 먼저 드리면, 이 법은 중소벤처기업부를 주무부처로 해서 중기부 장관과 지자체장이 전통시장 상점가의 활성화를 촉진하고, 상업기반시설의 현대화를 지원하고, 경영 현대화도 지원하고, 시장 정비 사업 촉진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전통시장에서 사용하는 온누리 상품권도 이 법에 의해서 발행하는 거죠.

윤준식: 온누리 상품권은 아니지만, 제가 그와 유사한 서울사랑 상품권을 많이 쓰고 있거든요? 온누리 상품권이랑 서울사랑 상품권이랑 이름이 다르게 나오는 이유가 바로 법적 근거, 제도적 근거 때문에 그런 거군요.

김형중: 발행 주체가 다릅니다.

윤준식: 법에 대한 걸 살펴봤으니, 현황 이야기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김형중: 대표적인 대도시인 서울의 전통시장 현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2021년 7월 기준으로 349개의 전통시장이 있습니다. 이 중 건물형은 144개, 골목형 145개, 상점가형이 37개, 지하도상가형이 22개, 혼합형 1개로 구성돼 있어요.

윤준식: 지하도상가형이면 전통적인 시장의 형태라고 보기에는 그렇죠?

김형중: 심지어 건물형 같은 경우, 논현종합시장 같은 경우인데 거기는 그냥 건물이에요.

윤준식: 저도 한 번 가 봤어요. 아파트 단지 내 상가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전통’이란 말이 들어가면 가까운 과거인 조선시대나 일제강점기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요. 건물형 시장이라든가 지하도형 시장이라든가... 그 시대에는 없었던 시장인 거잖아요.

김형중: 심지어는 건물형이나 지하도형이 아닌 시장 중에는 정부나 지자체가 도시개발계획을 세우면서 시장으로 지정한 곳들도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y4ZKpb_85Q

윤준식: 이거는 좀 문제 삼아야 될 부분이긴 한데... 그렇다면 “도대체 전통시장이 뭐야?”라고 물어보면 대답하기 곤란해지는 내용이잖아요?

김형중: 사실 전통시장이라고 하면 용인 민속촌에 있는 장터 생각을 떠올리는데, 실상 그렇게 생긴 시장이라면 상점가형이나 골목형 정도가 해당되겠죠?

윤준식: 그러면 지금 서울의 전통시장들은 그럼 주로 어디 있다고 봐야 되려나요.

김형중: 기초 지자체를 기준으로 하면 전통시장 숫자가 종로 중구 동대문 같은 원도심입니다.

윤준식: 옛날에 한양이라고 불렀던 그런 지역에 많이 있다 이 얘기네요.

김형중: 아무래도 초기 도시 발전을 하던 시절에 중심 역할을 한 지역을 원도심이라고 하는데 주로 그 지역에 분포를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연발생적으로, 혹은 사회적·경제적 필요에 의해 조성된 것이기 때문에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 약령시장 그리고 중구에 위치한 남대문 시장, 방산시장 같은 곳이 대표적인 큰 시장이죠.

윤준식: 저도 몇 번 가봤던 시장들 이야기가 나오니까 재미있게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김형중: 서울시는 정부 시책 이전부터 <활력 있고 매력 있는 전통시장 육성을 위한 지원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전통시장 육성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왔습니다. 특성화시장 육성 사업, 전통시장 간편카드결제 지원, 전통시장 이벤트, 전통시장 상인 역량 강화,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 판매 촉진... 그리고 상인들이 신용도가 낮거나 하기 때문에 대출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마켓론’ 운영을 지원한다든가... 가장 두드러지는 걸로는 시설 현대화 사업, 전통시장 주차환경 개선 사업, 그리고 공동 배송서비스 운영 같은 것들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죠. 이중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과 전통시장 주차환경 개선 사업은 2002년부터 시행돼서 올해로 딱 20년이 됐습니다.

윤준식: 중기부에서 주도하고 있는 <전통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보다 3년 앞서 서울시가 진행을 하고 있었던 거네요. 그러면 서울시 선례도 있고, 아예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무하는 법적인 근거로 이런 정책이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는데... 선거철이라든가 무슨 시즌만 되면 전통시장 문제와 정책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잖아요? 지원 정책이 있었는데도 전통시장 문제 개선이 안 되고, 계속 새로운 지원을 요청하게 된 이유는 대체 뭘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LWoxN1KnTQk

김형중: 전통시장 지원 정책이 생각만큼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아까 145개 정도 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골목형 재래시장 같은 경우는 일단 골목이지 않습니까? 길이 좁아요. 그렇기 때문에 교통통신시설이나 상점 간판을 개선한다 그래도, 한계가 뚜렷하고 특히 옥외 공간인 경우 우산을 쓰고 다녀야하는 환경이거든요? 비 오면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가 어렵죠.

건물형 재래시장이라 하더라도 보통 40~50년 정도 된 아주 오래된 건물들이기 때문에 건물 자체가 낡았어요. 건물의 구조가 옛날 방식이에요. 계단 폭도 좁고, 지금 사람들의 체격 등을 고려했을 때 과거 설계상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죠. 건물을 대수선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렇다 보니 이런 문제가 근본적으고 해결이 안 됩니다.

이런 걸 가장 잘 대비해서 보여주는 게 건물 자체를 새로 신축해버린 부산 자갈치시장이나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같은 데입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전통시장의 기존 구조와 시설 배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소하게 환경을 개선하는 방식... 예를 들어 캐노피를 씌운다든지, 전기 수전을 좀 세게 해준다든지, 화장실을 현대화한다든지, 주차장을 만들어 준다든지... 이런 것들로써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건 제약이 크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거죠.

윤준식: 가끔 뉴스에 나오는 것 중 하나가 전통시장 화재 사건들이거든요? 일 년에 한 건 두 건 정도 나오는데, 항상 나오는 멘트들이 있어요. “시설 노후화 때문에 누전이나 합선이 일어날 수 있다”, “오밀조밀 다닥다닥 붙어 있기 때문에 불이 옮겨 가기 쉽다”, “진입로가 좁아 소방차나 소방관 등이 화재 진화를 위해 들어가기 어렵다” 그러죠. 인명피해 없는 걸로 만족하고 끝나버리는 안타까운 소식들이 많았거든요.

김형중: 2001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서울에 있는 어떤 전통시장에서 불이 났는데,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장 건물이 무너졌습니다. 소방관이 다섯 명이 순직했는데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지 않습니까? 불을 끄다가 건물이 무너졌다는 건 그만큼 건물이 낡은 거죠. 건물이 그 열을 이기지 못하니까 붕괴되는 거가 아니라도, 불을 끄려고 소방관들이 물을 뿌리는데 그 수압이 굉장히 세거든요. 그 수압에 의해서 벽체가 내려앉는다든지 이럴 수가 있는 거죠.

윤준식: 유명한 전통시장들도 화재 사건들을 많이 겪었거든요? 조영남의 노래로 알려져 있는 ‘화계장터’... 전형적인 관광형 전통시장인데 여기도 화재를 한번 겪으면서 3분의 2 정도가 불타는 일이 있었습니다. 전국 10대 시장 중에 들어가는 논산 화지시장도 화재 사건을 겪은 적이 있었거든요.

근데 좀 의외인 건 이런 화재를 겪고 난 다음에 새롭게 다시 들어서는 전통시장이 활성화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불이 났기 때문에 한 번 밀어내고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는 거거든요.

또 ‘재건’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시장 상인들이 똘똘 뭉칠 수밖에 없는 계기가 되기도 하거든요. 좋게 보면 전화위복인데, 나쁜 거는 “왜 우리는 소를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치게 되는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주제가 굉장히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형중: 아무래도 불이 나면 신축을 하게 되고, 그러면 접근성이나 시설 환경이 개선되기 때문에... 그리고 시장의 위치가 알려지거든요? 좀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이 잘 몰랐다가 가게 되는 경우들도 있고... 뭐 그렇게 되는 거죠.

윤준식: 또, 수습과정에서 항상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행안부 장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꼭 한 번 가요. 그래서 뉴스로 한 번 대대적으로 터뜨려주니까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이 가는 그런 효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fTcwm-AaUI

김형중: 전통시장 활성화가 왜 안 되냐? 그러면 불이 덜 나서 안 되는 거냐? 그런 건 정말 이상한 말이고, 전통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데는 정말로 해결할 수 없는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다큐멘터리나 교양 프로에서 “전통시장이 활성화된 나라예요”라고 나오는 데들이 보통 서유럽 국가들이거든요? 사례로 나오는 서유럽 국가들의 특징이, 스위스 이런 데 말고 보통 연교차가 적습니다.

밖에 나와서 돌아다니기 좋은... 그러니까 어제까지 반팔 입다가 오늘 파카 입고 다니는 동네는 아닌 거죠. 그래서 야외에서 장을 보는 게 별로 부담스럽지 않아요. 또 한 가지는 주택이 있는 주거 지역 자체가 저밀도예요. 규모가 작은 전통시장에서도 소비자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만큼의 공급량이 되는 거예요.

보통 도보나 자전거로 이렇게 다니는 나라들인데 우리는 그 반대에 있거든요. 우리는 일단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워요. 도보로 시장을 보러 갈 수가 없어요.

윤준식: 요즘 여름엔 국지성 호우도 내리고요. 갑자기 큰 눈이 내리거나 그러면.. 우비, 우산, 뭘 들고 다니기가 어려워지니까요.

김형중: 기후, 교통, 문화 환경의 문제,,, 어떻게 보면 단시일 내에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이 있고... 또 하나,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계속 골목상권 또는 전통시장과 서로 싸우는 관계에 있는 게 대형쇼핑몰인데요. 허공에 대고 싸우는 상황이 돼버렸죠.

윤준식: 대표적인 게 쿠팡이죠. 로켓배송, 로켓프래쉬 처럼 배송 시스템이 굉장히 합리화되면서 소비자한테는 굉장히 편리해졌거든요. 특히 새벽 배송을 통해 오는 식재료 같은 경우는 우리가 전통시장에서 많이 구매하게 되는 식품, 야채류가 겹치는데, 이런 것들이 그냥 집 안에 있기만 해도 공급되는 상황이 됐거든요.

김형중: 부모님 세대 정도만 해도 저녁 때 장을 봐서 하루를 먹고, 다음 날 저녁 때 또 장을 봐서 하루를 먹는 사이클이었다면... 요즘엔 눈 뜨고 일어나 보면 박스에 담겨 와 있는 거죠. 자고 일어나면 아침에 밥 해 먹을 게 집에 와 있는 거예요.

그리고 예전처럼 장을 보러 다닐 시간 자체가 없어요. 또 한 가지.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아파트 밑에 상가가 있거든요. 그런 상가들을 이용을 하게 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전통시장에 갈 만한 일들이 없죠.

아까 전통시장을 법령에서 정의할 때 사용했던 표현을 좀 써보면 “전통시장이 더 이상 자연발생적으로, 혹은 사회적·경제적 필요에 의해서” 조성되었던 우리나라의 소매시장이 더 이상 전통시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래서 “사회적 필요에 의해서 조성됐던 전통시장이 자연발생적으로 사회적·경제적 불필요에 의해서” 소멸되고 있는 거죠.

이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공문이 하나 있어요. 서울시가 2016년 6월 17일 제11차 도시개혁위원회에서 은평구에 소재한 역촌시장을 없앤다는 의안을 가결했는데, 공고문 제목이 <은평구 역촌시장 도시계획 시절 시장 변경 결정 공고> 였는데요.

“1977년 도시계획시설 시장으로 결정되어 운영되었으나 건축물 노후화와 점포 공실 등 기능을 상실한 시장으로 이번 심의 통과로 도시계획시설 시장을 폐지한다”

그러니까 이제까지 제가 말씀드렸던 문제들이 다 들어가 있는 거죠. 건물이 노후화되고, 점포에 공실이 생겨서 시장 기능을 상실했다, 기능을 상실한 시장이다.

윤준식: 바꿔 말하면 살 거 없는 시장이 됐다?

김형중: 이게 전통시장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매우 공식적으로 보여주는 거죠.

윤준식: 요즘 전통시장 가보면 살 게 없어요, 먹을 것만 있고요... 엄밀히 말하면 먹자골목인 거지 시장이 아닌 거거든요.

김형중: 그런 셈이죠. 사실 먹자골목과 풍물거리, 전통시장이 개념상으로는 분리돼 있는데... 실제로는 이런 표현이 좀 그렇지만, ‘서서 먹으면 시장, 앉아서 먹으면 식당가’...

윤준식: 그래도 전통시장으로서 잘 활성화되고 있는 곳들을 가보면, 점포의 대부분이 청과물, 생선, 고기 등을 판매하는 점포들이 많이 들어서 있는 데들이 북적거리는 거거든요.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먹으러 가게 되고, 일하다 배고프다 보니 그 옆에서 국밥을 먹는다든지, 분식을 먹는다든지 하면서 먹자골목이 같이 성장하는 거지, 전통시장 자체가 식당가로 활용할 목적으로 찾아가는 곳은 아닌데, 지금 현재 많은 수의 전통시장이 식당가로 바뀌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기도 합니다.

김형중: 사실 아까 말씀하신 식자재들의 공통점이 뭐냐면 신선식품이에요. 아직까지는 신선식품을 배송서비스에 심리적 거리를 갖고 있는 분들도 있고...

또 한 가지 유통 과정에 따라 가격 편차가 굉장히 많이 납니다. 어쩌면 전통시장 정육점에서 이분도체라고 부르는, 반으로 자른 돼지 몸체를 정형해서 판매하는 장면을 보셨을 수도 있어요. 생선의 경우도 지금은 필렛 형태로 가공해 포장한 것을 마트에서 볼 수 있는데, 전통시장은 그 가공에 들어가는 비용이 빠집니다. 상인이 직접 해주기 때문이죠. 그런 이점들 때문에 사용하는 분들이 있죠. 그래서 신선식품에서는 아직까지 전통시장이 우위에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xmjpmy80xg

윤준식: 소비자 입장에선 자기가 신선하고 맛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걸 골라 현장에서 가공해 달라고 해서 받아올 수 있으니까 아직까지는 기존 다른 유통 채널보다도 전통시장이 소비자에게 더 다가가는 면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방식의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은 아직도 전통시장이 활성화되어 있긴 하죠. 근데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쇠퇴하고 있지 활성화되고 있지는 않거든요?

김형중: 일단은 소매 유통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동대문이나 남대문 근처에 장난감 도매시장이 있었어요. 어린이날이 다가오면 장난감을 저렴하게 사기 위해 거기서 소매거래를 하는 경우들이 있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쿠팡에서 삽니다. 없는 게 없으니까요. 예전에는 황학동에 가야 식당에서 사용하는 전문적인 조리도구를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검색하면 다 나오거든요.

윤준식: 그러면 전통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진짜 구체적인 이유가 뭘까요?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될 건 짚고 넘어가야 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형중: 일단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와야 됐기 때문에 전통시장이 교통의 요충지에 있었습니다. 특히 원도심 지역... 종로, 중구, 동대문, 이런 데 가면 버스정거장 이름에 시장 이름이 들어가는 정류장들이 많아요. 그만큼 전통시장은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곳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지금은 주거지에서 멀다는 의미가 돼버린 거죠. 애써서 거기까지 가야 되는 거라서요.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지하상가가 있는데, 스마트폰으로 몇 번만 누르면 배송 오고, 또 정기 배송 신청하면 알아서 오거든요.

좀 특이한 경우로 강남이 예전에 영동-영등포 동쪽이라고 뭉뚱그려져 불리던 시절에 만들어졌던 걸로 보이는 영동시장이라는 데가 있습니다. 논현역에서 400미터도 안 떨어져 있어요.

자연발생적으로 또는 사회적·경제적 필요에서 조성된 지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기 때문에 입지 조건이 매우 좋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런데 그 입지 조건이 좋은 지역에 자리하고 있는 전통시장이 낙후되니 원도심은 낙후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전통시장에 갈 일이 없는 사람은 원도심에 갈 일이 없는 거죠. 사실 원도심 낙후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닌데, 전통시장 하드웨어가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담을 수가 없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Ss_StFB_y1g

건물은 40~50년 전에 지어졌고 발길도 얻어 차면 무너지게 생겼는데 구조도 되게 약하거든요. 그때 지은 노후된 건물들을 완전히 헐고 새로 짓거나, 증개축을 하자고 하기도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증·개축에 들어 분명히 돈이 들어갈 거거든요.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갈 겁니다.

그 비용이 회수가 될 거냐? 도매시장은 되죠. 도매를 하기 때문에 이름 자체가 도매 시장이거든요. 유통량 자체가 굉장히 많습니다.

아까 저희가 노량진 수산시장이랑 자갈치 시장 얘기를 드렸는데... 노량진 수산시장은 수협이 관리 운영하고 있는, 소비지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수산물 도소매 시장이에요. 자갈치 시장도 부산시설관리공단이 관리·운영하고 있는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수산시장일 겁니다. 또 이 두 시장은 관광시장으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 지역에 있는 조그마한 전통시장들의 경우는 그 비용이 회수가 안 될 거란 말이에요. 그리고 주택 재건축 같은 경우는 다른 데 살 집을 마련해 주면 이주가 용이한데, 시장은 상인들이 생계를 유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활동의 터전이 없어지게 된다면 문제가 큽니다. 따라서 전통시장을 재건축하거나 재개발하는 거는 생각만큼 쉽지가 않습니다.

초기 도시 발전에서 중심 역할을 한 원도심 중에서도 시장이 많이 있는 서울의 종로구, 중구, 동대문구 등을 보아면 도심이 공동화되고 상대적으로 낙후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낙후되고 있는 전통시장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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