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심리전(information & psychological warfare)’은 여론을 형성하고, 적국의 의사결정 혼선과 저항 의지를 무력화시켜 전황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대결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전시의 정보작전과 심리작전은 단순히 선전의 효과를 넘어 전술적 우위를 부여하는 군사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정보작전과 심리작전은 개념적으로 다음과 같이 구별된다.
‘정보작전(information operation)’은 실제 정보와 허위정보, 조작정보 상황에 대한 오독과 왜곡, 기만, 정보 과부하의 유발 등을 통해 적의 올바른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공세적인 작전이다.
‘심리작전(psychological operation)’은 적의 사기, 전투 의지를 꺾고 아군 및 동맹의 결의와 사기를 강화시키기 위한 방어적 성격의 작전으로, 상대의 허위조작정보 공격이나 선전 프레임에 맞서 자국의 정치적 정당성과 권위, 민주주의 제도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데 유용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정보심리작전은 평시와 비상시, 전시 모든 상황에서 이루어질 수 있으며 그 자체로는 파괴적이지 않은 활동일 수 있지만, 폭력적 상황에서는 군사적 파괴력을 증폭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 등장한 창과 방패
정보심리작전은 투입되는 자원에 비해 효과가 크지만 작전 수행을 위해서는 온라인 플랫폼 등 주요 네트워크와 방송통신 인프라에 대한 접근이 확보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사이버전과 밀접하게 닿아 있을 수밖에 없다. 정보작전에 대응하는 방어적 수단으로 상대방이 보유한 주요 네트워크와 통신망 인프라를 물리적, 전자적, 컴퓨터 공학적으로 파괴하거나 접근과 사용을 배제하는 방법이 사용될 수 있으며 실제로도 사용된다.
이처럼 공세적 성격을 띠는 정보작전과 방어적 성격을 띠는 심리작전, 그리고 정보심리작전의 영역이 되는 사이버 공간 자체를 둔 공방이 이어지는 양상은 가장 최근의 열전(hot war)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잘 드러났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고도화된 디지털 정보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전시에 전통적인 군사적 수단을 동원하지 않는 군사활동인 정보심리전이 전면전에서 효과적인 공격‧방어 수단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특히, 러시아의 공격에 맞선 우크라이나 측의 담론 프레이밍과 반격 서사는 초기의 전세를 유리하게 확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 전쟁의 초기, 러시아가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미 수도 키이우를 탈출했다”는 가짜 뉴스의 유포와 대응이 대표적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가짜뉴스 유포에 대응해 2월 26일 트위터에 자신의 각료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시내 거리를 활보하는 동영상을 공유함으로써 간단하게 가짜뉴스를 불식시켰고, 오히려 러시아군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를 부각해 항전의지를 결집하고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미 2015년 초부터 시작한 정보심리전
우크라이나의 대항 정보심리전이 러시아를 압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장기간에 걸쳐 크림반도 상실 이후, 허위조작정보 공격에 체계적으로 대비해 왔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2015년 초부터 <Ukraine Today>와 <StopFake>와 같은, 해외발신을 목표로 하는 미디어 플랫폼과 팩트체크 채널을 구축한 바 있다.
특히 국제적인 여론 조성을 위한 서방과 민감한 전황 정보 및 러시아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황에 대한 지속적인 보도활동과 유리한 전황 정보를 국내외로 전파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전쟁 발발 이후에도 우크라이나가 발신하는 정보와 서사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었다. 결국 2022년 전쟁 발발과 동시에 전장에서 우크라이나가가 러시아에 비해 정보의 우위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처럼 정보심리전은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 스스로에게 유리한 정보와 서사를 담은 콘텐츠를 생산해 배포하고 배포된 콘텐츠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며, 이를 통해 자발적 동조자들을 확보하고 자발적 동조자들을 통해 스스로에게 유리한 정보와 서사를 담은 콘텐츠를 재생산 재배포함으로써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하자, 세계 각국에서 비난여론을 쏟아내는 한편, 어나니머스와 같은 국제적인 해킹단체가 러시아 정부와 방송국 등을 공격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텔레그램에 ‘사이버 의용군(IT army)’를 모집한다고 공개했으며, 이후 국적을 불문한 많은 자발적 해커들이 ‘핵티비스트’를 자처하며 참여하였다. 이들은 정보심리전을 이용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전 세계의 SNS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접근가능한 SNS를 기반으로 실시간 전황 정보를 게시하였고, 플랫폼 운영자들 역시 우크라이나가 제공한 정보를 누구나 자발적으로 공유, 확산할 수 있도록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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