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4일 일본 자민당은 정치 자금 파티 수입의 일부를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의원들을 그 금액에 따라 징계했다. 자민당의 징계는 제명부터 탈당 권고, 당원자격 정지, 선거공천 제외, 정부직무 사임 권고, 당 직무 정지, 계고(戒告), 당 규칙 준수 권고 등 8단계가 있는데, 시오노야 전 문부과학상과 세코 전 참의원에 대해서는 중징계 수준인 탈당 권고 처분을 내리는 등 총 39명을 징계했다. 2018년부터 2022년 정치자금 보고서 부실기재액이 2천만 엔 이상인 의원은 1년간 당 직무 정지, 1천만 엔~2천만 엔 미만은 6개월 당 직무 정지, 500만 엔~1천만 엔 미만의 경우 계고 처분을 받았으며, 500만 엔을 넘지 않은 40명은 별도 처분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자민당 내부의 처벌이 진행되기 전, ①도쿄지검 특수부는 같은 혐의로 이케다 요시타카 중의원 의원을 체포하였고, 오노 야스타다와 타니가와 야이치 의원을 각각 재택기소, 혹은 약식기소했다. ②하지만 해당 의원들 중 비서들의 자백에 의해 기재 누락이 밝혀진 의원들 이외의 경우는 정치자금 관리를 회계담당 비서들이 담당하고 있어 자신들은 몰랐다고 주장하는, 전형적인 비겁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③가장 큰 문제는 정치 자금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을 경우 개인소득으로 봐야 하는데, 엄연한 탈세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특혜적용을 하고 있어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정치인의 부패에 대한 처벌의 한계를 보이는 법과 검찰의 한계를 보면서 일본 국민들은 분노를 느끼지만, 현실적으로는 분노하는 수준에 그칠 뿐 안보와 경제를 책임지는 자민당을 처벌할 생각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장기적인 분석이다.
그런데 국제투명성 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에서 전문가와 기업인이 인식하는 공공부문 부패 수준을 180개 국가와 지역 순위를 매기는 ‘부패인식지수’라는 것이 있다. 2024년 1월 발표한 2023년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덴마크 1위(90점), 일본 16위(73점), 한국이 32위(63점)다. 주목할 부분은 러시아와 전쟁이 한창인 우크라이나가 104위(36점)라는 점이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부패지수가 이렇게 낮을 수 있는가 상당히 의외이지만, 이런 상황을 입증하듯 우크라이나의 부패 관련 보도를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①코미디언이었던 젤렌스키가 2015년 방영된 TV 드라마 ‘국민의 종’에서 ‘반부패 전사’ 이미지를 등에 업고 실제로 2019년에 대통령 당선되었던 것을 포함해, ②별것도 아닌 민원에도 뒷돈을 줘야 공무원들이 제대로 움직여 주고, ③국경을 통과하기 전 화물트럭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수백 달러의 웃돈을 지불하고 있는 등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우크라이나의 현주소다.(동아일보, 2022.1.28.)
또한 ④2013년 1월에는 군납 계란 한 알이 17흐리우냐(약 600원)이나 되었는데, 이는 납품업자가 계란과 감자를 시장 가격의 2배 이상으로 폭리를 취했기 때문이다.(닛케이, 2024.3.14.) ⑤게다가 3.29일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국방부 고위 관리와 무기제조업체의 대규모 허위 무기 주문을 적발했다. 국방부 관리들은 박격포탄 10만 발을 주문하고 이를 선불로 지불했지만 무기는 전달되지 않았고, 돈 중 일부는 국외로 송금되었다. 금액은 15억 흐리우냐로 우리 돈 약 52억 원에 해당한다.
이같은 내용을 종합하며 느끼는 점은 첫째, 미국 국가안보전략(2022.10.)에서도 칼럼에서 부패를 국가 안보의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듯이, 부패는 자국내 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감소시키며 반대로 정치적 이익을 위해 대중의 불만을 이용하는 반자유주의 행위자들에 대한 매력이 증가할 수 있다.
둘째, IMF가 180개 이상의 국가를 분석한 결과, 부패 수준이 높은 국가는 세금을 더 적게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경제 발전이 비슷한 국가들을 비교했을 때, 부패 수준이 낮은 국가들은 GDP 대비 4%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한다.(Tackling Corruption in Government, IMF BLOG) 즉, 국가의 부패는 공공 서비스를 악화시키고, 정치적 우선과제를 바꾸며, 불평등을 가속시켜 정치적 리더를 국민의 뜻과 다른 방향으로 인도한다.
셋째, 해외에서 기업이 뇌물을 주고 검거될 위험은 평균 5% 이하에 불과하며 만일 뇌물로 1달러를 지불하면 평균 5달러의 추가이익을 얻는다고 한다.(FOREIGN AFFAIRS, https://www.foreignaffairsj.co.jp/theme/202003_bullough/)
결국 뇌물 같은 부패문제는 오랜기간 지속되므로 밝혀지기도 어려운 한편, 그 이익이 크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까지 부패가 세계안보와 민주주의 번영에 관계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면서도 과소평가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의 부패가 얼마나 관여되어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지만, 서방국가들의 제재는 크게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현실적인 문제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부패문제는 불신감으로부터 초래하는 국력의 약화뿐 아니라 대외 신뢰도도 하락하면서 범죄조직들이 활개치고 이로인해 사회불안을 가져온다. 다른 나라의 부패를 보면서 우리는 정말 어떤 수준인가라는 자성과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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