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리 오브 쉐도우 (Valley of Shadows,2017)
감독 : 조나스 맷조우 걸브랜드슨 / 출연 : 아담 에켈리, 캐서린 파겔란트, 요겐 랜게르
포스터의 음산함때문에 공포영화를 안보는 취향상 망설이기도 했으나 개인적으로 노르웨이 영화는 처음으로 접해보는 것이라 큰맘먹고 보기로 했다.
홍보문구상으로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굉장한 극찬이 쏟아졌다고 하는 그 영화가 바로 이것이다. 내용에 들어가기 앞서서 푸념을 먼저 하자면 우리나라 상영시스템의 문제는 이런 영화들을 극장에서 찾기가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는 것이 아닐까한다.
◇ 늑대인간의 짓이 확실해...그는 저 숲속에 숨어있을거야
유난히 하얗고 연약해 보이는 소년 아슬란의 시각을 다루고 있다. 약간 더 설명하자면 호기심때문에 출입이 금지된 숲속으로 들어간 아슬란의 모험기이다. 순수한 어린아이에게 비쳐진 자연이 주는 공포감과 긴장감도 그렇지만 마치 아슬란을 안내하듯이 배치된 흐름은 보는 내내 긴장감과 궁금증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을만큼 이유없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영화 <밸리 오브 쉐도우> (네이버영화 제공)
우리나라 독립영화도 보기 힘든데 생소한 노르웨이 영화까지 챙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데 공감은 하지만 그래도 극찬을 받았다는데 기회정도는 약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포스터만 봐서는 마치 엄청난 공포영화같기도 한데, 그렇지는 않다. 다만 여느 공포영화보다 음산하고 무겁다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에는 구미호가 있듯이 각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전설적인 요소들이 있기마련이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속한 노르웨이에는 우리도 잘 알고있는 늑대인간에 대한 전설이 있다. 같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스웨덴에도 마찬가지로 늑대인간이라는 전설도 있고, 상징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유독 늑대를 파괴적이며, 악마로 묘사하는 곳이 노르웨이라고 알려져있다.
소년이 들어가는 저 숲은 주민들에게는 공포에서 비롯된 금단의 영역이다. 알 수 없는 긴장감만으로 흘러가던 영화는 소년이 숲에 들어서는 순간, 돌연 미스테리한 스릴러로 변신한다. 숲은 예측불가의 스산한 안개를 뿜어대는 것을 포함하여 자연 자체만으로도 소년의 앞길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과연 금지된 숲은 소년을 해치려고 하는 것인지, 그리고 전설로만 존재하던 늑대인간이 정말 소년앞에 나타날 것인지 무거운 화면과 안개에 섞인 음악은 예측하지 말라고 관객의 눈을 가려버린다.
"아슬란, 꼭 무사해야만 해!" 기도하는 마음까지 생긴다면 약간 억측이겠지만, 그 정도로 긴박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 전설을 통해 인간이 갖는 두려움의 모호함을 이야기하다
길을 잃은 아슬란을 마치 안내를 하듯이 이끈 숲의 어느 끝에 아슬란 앞에 나타난 한 남자, 그는 아슬란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보살펴준다.
영화 <밸리 오브 쉐도우> (네이버영화 제공)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정말 늑대인간일까?
아슬란이 묻는다. "아저씨가 괴물인가요?"
"사람들이 우리를 왜 무서워하는지 모르겠어"
아슬란을 보듬는 그의 손등에 나타나있는 문신이 힌트가 아닐지.
뭔지 알 듯 모를 듯한 대사와 화면처리로 인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영화는 스릴러다라고 판단하게 만드는 엄청나게 오묘한 매력을 가지게 하는 영화다. 어딘가에서 사람이 죽는 것도 아니고, 추적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흉칙한 존재가 갑자기 나타나서 놀래키지도 않는다.
그런데 보고나면 스릴러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 노르웨이 영화의 발견, 음악의 무게로 관객의 어깨를 누르다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 "아담 에켈리" (네이버영화 제공)
가끔은 음악이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밸리 오브 쉐도우라는 영화의 음악은 스산하고 음산하다 못해 닭살이 돋을 만큼의 효과로 다가온다. 창백하고 유약한 소년을 따라다니는 배경음악은 그 자체만으로 미스테리하며, 스릴러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요즘은 좋은 영화의 한 부분으로 아역 연기자의 연기가 들어가야만 할 듯 하다. 무거운 내면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텐데 이 아역 연기자는 혼자서 영화를 끌고가다 못해 관객을 쥐고 흔든다.
북유럽의 영화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현실이다. 혹자는 <렛미인>이나 <밀레니엄 3부작> 등이 있다고 말하는 이가 있을 수 있겠으나, 그 영화는 모두 스웨덴 영화이고, 다른 곳은 막상 떠오르는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북유럽 영화라고 하면 스웨덴과 더불어 노르웨이가 떠오를 것 같다. 그리고 "밸리 오브 쉐도우"를 추가할 것이다. 또한 영화 속의 심오한 음악도 같이 떠오를 것 같다.
보름달이 뜨면 아슬란은 그 남자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그가 진정 어떤 존재인지 언제나 궁금해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아슬란과 관객들은 꼭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노르웨이 영화 <밸리 오브 쉐도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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