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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거버넌스(3)] 그러나 블록체인은 만능이 아니다

조연호 전문위원 승인 2019.08.14 02:14 의견 0

블록체인 거버넌스가 새로운 집단지성의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현재 시스템을 파격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완벽한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블록체인도 계속 진화한다. 진화한다는 건 비판에 능동적으로 대처함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짚고 넘어가야 할 여러 문제점이 있다.

◇ 새로운 권력층의 등장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수많은 참여자, 수많은 제안, 수많은 방법론 등이 거침없이 등장할 텐데, 이를 조율해 줄 장치가 마땅치 않다. 혹, 조율을 담당하는 기구나 개인이 존재한다면 이들 또한 새로운 권력층 역할을 할 것이다. 이더리움의 바이탈 부테린의 역할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더리움에 문제가 생기면, 모두 부테린을 쳐다본다.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현실은 그를 주목한다. 그가 권력을 원하지 않아도 이미 권력이 주머니 안의 송곳 같이 튀어나와 있다. 권력의 속성상 ‘부패’ 가능성이 늘 존재하기에 새로운 권력층은 새로운 부정적인 요소가 된다. 
 
◇기존 권력과 경쟁

다음은 기존 세력과의 경합이다. 블록체인 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은데, 그중 하나가 현재 중앙권력이다. 이미 거대한 권력을 검처럼 휘두르는 중앙권력이 블록체인 거버넌스를 허용할까? 블록체인은 분권화, 투명성을 지향하는 한편, 중앙권력은 집중화 폐쇄성을 고수한다. 

‘거버먼트’와 ‘거버넌스’는 다르다. 전자는 권력의 집중을 의미한다면, 후자는 권력의 분산을 말한다. 전편에서도 언급했지만, 기존 ‘거버먼트’는 한계에 봉착했음을 인정했기 때문에 약점을 메꿔 줄 ‘거버넌스’를 소멸시키지 못한다. 그러나 막대한 권력을 포기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블록체인은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시스템이다. 그리고 가능성은 있지만, 정치적 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 아울러 현재 중앙집권화가 잘 이루어진 국가는 블록체인을 다양하게 활성화 시키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견제 속에서 블록체인 거버넌스의 정착은 한낱 꿈에 그칠 수도 있다.

◇온라인의 한계

블록체인 거버넌스가 제도적으로 정착했다고 하자. 기존 제도의 변화는 물리적인 변화였다면(모든 거버넌스는 물리적인 시공간에서 이뤄졌다), 블록체인 거버넌스는 온라인 시스템일 것이다. 

기존 온라인 공간은 오프라인을 보조했고, 혹 온라인이 오프라인 보다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작용을 했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장점으로 여기는 ‘스킨 십’은 무시할 수 없다. 지금까지도 오프라인 공동체를 주장하며, 온라인의 한계를 지적하는 학자와 저자들도 상당수다. 
예를 들어 촛불시위가 큰 힘이 될 수 있었던 건 물리적 동원력이었는데, 디지털 동원력도 이와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다음으로 해킹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수치로 50% 이상을 확보하면, 기존 안을 변경할 수 있다. 막대한 자원이 필요할 수 있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블록체인 거버넌스에서 다루는 사안 중 막대한 자원을 소모하면서까지도 변경해야 할 사항들이 있을 수 있다. 

혹, 그 정도 자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할 수 있는 권력층이 존재할 수도 있다. 아울러 아무리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구성원의 명단을 입수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따라서 매수가 불가능하지 않다. 단지, 그 가능성이 현재의 시스템보다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왜냐하면, 기존 시스템 운영자들보다 그 참여자 수가 훨씬 많고, 그 물리적 시공간도 넓다. 국적은 한국인이지만, 미국에 거주할 수도 있으며, 물리적인 경계가 무너지는 새로운 시대의 세계시민은 블록체인 거버넌스에 24시간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의 제한

마지막으로 블록체인 역시 디지털 방식이어서 밀도 있는 토론은 불가능하다. 상시로 직접투표를 통한 참여는 가능하지만, 오프라인에서처럼 눈을 마주치면서 진행하는 토론은 불가능하다. 물론 VR이나 홀로그램 등이 보편화 되면 다자간 토론이 가능할 것이다.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SF소설 <90분>에서 그리는 것처럼 안건에 대해 도움 줄 수 있는 심의위원들이 존재하고, 제안자들의 안건을 시청하는 관심자(시민)들이 바로 투표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론을박’하는 수준의 토론은 먼 미래 이야기다.

◇그래도 블록체인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거버먼트’와 ‘거버넌스’는 다르다. 그리고 물리적 시스템과 블록체인 시스템도 다르다. 후자가 미래 사회에 더 적절한 시스템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여서 인지조차 못 하는 시민이 훨씬 많다. 수많은 암호화폐가 있어도 비트코인밖에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과학기술의 발전은 개인의 삶을 서서히 변화시켰다. 하지만 체제변화는 이루지 못했다. 왜냐하면, 대안이라고 하기에는 ‘프라이빗’한 요소가 더 컸기 때문이다. ‘퍼블릭’한 영역까지 아우르기 위해서는 ‘책임’ 영역이 커지고, 대안 조직을 구성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 물리적인 영역에서의 변화는 쉽지 않다. 기득권층을 넘어서기가 물리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은 달랐다. 적어도 경제영역에서 앞으로 존재할 기업은 오프라인 기업이 아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상보적인 결합을 시도하겠지만, 한동안 온라인이 핵심일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 사회적인 영역에서도 온라인 공동체 역할이 부상하고 활성화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 ‘책임’을 바탕으로 한 온라인 공론장이 필요하다. 쉽게 바꿀 수 없고 압력으로도 해체할 수 없는 거버넌스 공간이 필요하다. 

적어도 블록체인 거버넌스는 1인 독재자가 쉽게 소멸시키기 어렵다. 광장에 모인 시위자들은 공권력으로 해산시킬 수 있다. 실제로 최근에 벌어진 홍콩 시위도 공권력에 맞서기는 했지만, 이겨내지는 못했다(이러한 시도가 홍콩을 변화시킬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온라인 공동체는 확산 속도와 규모로 기존 물리적 힘을 초월한다. 여기에 ‘책임’이라는 짐을 조금 얹어 줄 수 있다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책임은 ‘이후’까지도 생각하는 것이다. 바로 그러한 디지털 시공간이 있다면, 블록체인 거버넌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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