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국경을 마주하는 러시아의 침공이라면서 직접적인 위협, 즉 코로나19와 함께 양대 국란으로 보고 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아시아의 유일한 G7 멤버 자격으로 동남아 및 유럽 각국을 방문하여 러시아에 대한 각국의 대응을 촉구하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민영방송 TBS의 오전 시사 교양프로그램 ‘히루오비’(연간 시청률 7.1%로 동시간대 최고 방송)는 방송사가 추진하는 ‘지구를 웃는 얼굴로 하기 위한 주간’과 더불어 5월 5일 어린이날(*일본도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지정하고 있다)을 맞아 일본의 어린이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도쿄 세이료 중고등학교 SDGs부 34명을 대상으로 출장 수업을 진행했다.
이날 수업을 주관한 전문가는 철학․환경문제 등을 다루는 사이토 고헤이(도쿄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준교수)와 다카하시 스기오(방위연구소 방위정책연구실장)이었다. 수업의 형식은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상호 질의하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Q1: 러시아에서 푸틴이 지지받는 이유는?
A: 러시아의 정치문화는 강한 지도자를 원한다. 푸틴이 주장하는 전쟁을 모두가 지지하는 이유는 다수가 정보조작 때문이라고 한다(다카하시).
Q2: 푸틴 주변의 예스멘은?
A: 권력자는 예스멘을 주위에 두고 사는 것이 즐겁다. 하지만 이는 러시아만의 문제가 아니고 일본에도 있다. 한동안 일본에서 회자된 ‘손타쿠’(알아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라는 말이 있었다. 여러분들이 러시아 국민이라면 푸틴대통령의 행동을 이상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사이토)
Q3: 이 전쟁은 무엇을 계기로 끝날까?
A: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것은 러시아인 밖에 없다. 경제제재일 수도 있고, 정보 흐름 일수도 있지만, 적어도 무기만으로는 전쟁을 끝내지 못한다.(사이토)
Q4: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미래는?
A: 아프가니스탄은 40여 년 동안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나라들의 어린이 교육은 거의 개념 자체가 없다. 싸우는 것만 아는 세대다. 이를 막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사이토)
Q5: 다양한 가치관이 있기 때문에 옳고 잘못된 것의 구별이 어렵다.
A: 사고를 지속하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귀찮기도 하다. 수학이 아니기 때문에 가치관이라는 것은 합의할 수 없는 것이 아주 많다. 다원적 세계 속에 어떻게 공존하는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사이토)
양자선택의 경우, 고민을 한다는 과정 그 자체가 중요한 경우가 있다. 좋은 일, 나쁜 일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나쁜 일로 결단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고민한다는 것에 대한 위중함. 그리고 고민한 상태에서의 답변, 그런 경우 고민하지 않은 답보다 중요하다.(다카하시)
방송에서는 2명의 전문가들이 아이들에게 전하는 말로 결론을 맺었는데 다카하시는 “전문가의 의견은 문제집의 해답이 아니다. 정답은 자신들이 찾기 바란다”고 말했으며, 사이토는 “불쌍하고, 돕고 싶다고 해서 지나치게 공감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잔혹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어린이 날을 맞아 우크라니아 사태를 어린이의 시각으로 보는 방송까지 하는 일본의 방송 실태와 국내 정치 국면에만 치중하는 우리나라와의 방송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몇 가지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난 4월 27일 우리의 언론진흥재단이 개최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언론보도’ 세미나 에서는 CNN(75명), 영국(50명) 등 각국은 현장에 특파원을 파견하고 있지만, 세계 무역 규모 8위의 한국은 국제뉴스 자체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미, 일, 중국에만 특파원을 집중적으로 파견하고 부적절한 외신보도를 인용하는 등 직접 취재의 부재(현재 우크라이나는 여행금지국으로 지정)와 2차 취재의 편향성이 있음을 제기한 바 있다. 적어도 한국은 일본에 비해 국제뉴스에 관심이 희박하다.
둘째, 첫째 항목과 관련되지만 일본의 국영방송 NHK는 29개의 취재거점에 81명의 특파원(2021.8.4., NHK PR, NHK)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표 통신사인 교도통신도 해외 41개 도시에 총지국을 설치하고, 10개소에 통신원을 배치하고 있다. 2006년 9월에는 일본 언론 최초로 북한 평양에 지국을 개설하였고, 이후에도 쿠바 아바나 등에 지국을 개설(2018.10.1., 수치로 보는 교도통신사, 교도통신) 하는 등 세계 뉴스의 취재, 편집 활동을 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2020년 KBS·E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KBS는 5개 지역 총 25명, MBC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현재 3개 지역 4명으로 축소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즉, 방송국 운영과 예산상의 문제로 해외 특파원을 줄이고 있으므로 우크라이나 같은 변방 국가(?)는 관심조차 없다.
셋째, 방위연구소 관계자인 방위정책연구실장 다카하시 스기오의 방송 출연이다. 최근 방위성의 우크라이나 전황 소개에 이어 각종 방송과 유튜브 등에 예비역들이 전문가로 참여해 코멘트 함은 물론, 방위연구소 연구원들이 방송에 출연하는 것 역시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이번 전쟁을 국난으로 보고 있는 일본정부의 시선과 일치한다. 소위 국방족 의원들과 예비역, 현역을 구분하지 않은 국방관련 요원들의 축제기간이라고 할 정도로 잦은 빈도로 출현하고 있으며, 특히 예비역들은 현역 때 못한 말들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다.
일본 방송 보도를 보면 심도있는 고민과 함께 전략적인 접근을 하고 있음을 느끼며 우리의 경우 어떠한지를 되돌아 보게 된다. 지금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단지 러시아vs우크라이나라는 흑백논리가 아닌, 우리의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심도있게 들여다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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