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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영(8)] ESG가 잘못된 경영활동의 면죄부가 되어선 안 된다

김진석 팀장의 ‘사회적 경제와 ESG 경영 2강’ - ESG란 무엇인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김진석 승인 2022.05.11 18:05 | 최종 수정 2022.05.11 18:07 의견 0
사회적 경제와 ESG 경영 2강 (김진석 제공)

이번 회에서는 ESG를 경영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 제기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대표적인 문제제기가 ‘그린 워싱’과 제가 쓰는 용어지만 ‘ESG 갑질’이 있습니다.

앞서 ESG가 공급망 차원에서 진행된다고 말씀드렸죠? 즉, 대기업에서 책임져야 될 ESG 관련 이슈를 하청업체들한테 떠넘기는 식의 갑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사실 ‘지속가능 보고서’ 같은 것들은 ‘자기 보고 방식’이거든요. 따라서 “자기들 자랑 하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어?”라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둘러싸고 “평가와 측정 결과가 불일치한다”는 얘기들을 하세요. 같은 기업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평가도구와 방법을 적용했을 때, 어떤 평가도구로는 우수로 도출된 기업을 다른 평가도구로 측정하니 우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오는 경우들이 있는데 모순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금 ESG 관련 평가도구들이 600여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검증하려고 하는 지표들이 일치하지 않아요. “왜 평가 결과와 측정 결과가 불일치합니까?” 따져도 애석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런 다양한 평가도구는 너무 당연하다고 보는 견해입니다.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ESG 이슈에 해당되는 요소들이 있을 거고, 그것들을 잘 측정할 수 있는 평가 도구를 통해서 측정하기 때문에 평가 결과가 모두 다르게 도출되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ESG 이슈 자체가 투자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평가와 측정결과의 불일치가 이상한 게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이지요.

한편, ESG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들에 대해 흔히들 ‘착한 기업’이라는 용어를 쓰시는데 이것은 다소 위험한 생각입니다. 투자 관련한 ‘그린 워싱’은 단순한 비난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고 소송이나 법적인 책임까지 갈 수도 있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의 ESG 경영 파트너들은 대부분 글로벌 로펌들을 ESG 경영 컨설팅 파트너로 선정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회적기업에 대해 얘기하면서 ‘착한 소비’, ‘착한 경제’란 말을 많이 하시는데, 기업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별로 좋은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기업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다” 이런 방향으로 접근해야지 단순히 추상적인 의미에 불과한 ‘착하다’식의 접근 방식은, 일반 기업들의 입장이었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조그마한 실수도 “착하다면서 왜 이래?”의 반응을 불러옵니다. 이런 이유로 리스크 평판 관리 차원에서 많은 위험성을 내포하게 될 수도 있기에 특히 주의해야겠습니다.

사회적 경제와 ESG 경영 2강 (김진석 제공)

이번에는 ‘그린워싱’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위 그림에 보이는 것처럼 시커먼 오염물질이 나오는 굴뚝에 녹색 페인트를 칠하는 개념이라 보시면 됩니다.

‘그린워싱’이라는 용어를 제일 처음 쓴 사람은 1980년대 미국 환경운동가인데요. 어느 날 이 환경운동가가 호텔에 가게 됐어요. 여러분, 호텔에 가면 “지구를 위해 1회용 타월 사용을 자제해 주십시오”, “일회용품 비치는 안 합니다” 이런 문구 많이 들어보셨죠? 근데 이 환경운동가가 호텔의 영업을 관찰했더니 1회용 타월이나 일회용품은 비치하지 않았는데, 호텔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든 제품들이 일회용품으로 도배질되어 있는 상황을 보고 ‘그린워싱’이라 표현했다고 합니다.

특히 여러분 모두 매스컴을 통해서 코에 빨대가 꽂힌 거북이 포스터를 많이 봤을 거예요. 근데 이 부분에서 이게 진짜 올바른 ESG 운동이 맞는지 한 번 짚고 넘어가야 된다 생각합니다.

‘시 스피라시(sea+conspiracy)’, 또는 ‘카우 스피라시(cow+conspiracy)’라고 해서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한참 많이 나오던 얘기인데, “바다의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 중에서 빨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큰가?”죠. 오히려 가장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는 건 빨대가 아니라 대규모 글로벌 어업 기업들이거든요.

예를 들면 혼획인데요, 멸치를 잡는 과정에서 잡히는 다른 어류들까지 잡히는데, 멸치만 골라내고 나머지는 다 폐기하거든요. 또 대규모 어업 과정에서 바다에 버려지는 어망의 양이 어마어마하다고 합니다. 근데 우리가 ‘바다 환경을 살리자’고 얘기하면서 빨대 얘기만 하지 대규모 어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이 없거든요. 또 ‘카우 스피라시’는 소가 내뿜는 트림이나 방귀 속에 엄청난 양의 메탄이 포함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시민운동이나 ESG 캠페인을 펼칠 때 대기업들을 위한 치어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아니냐? 물론 일상생활 속에서 당연히 ESG 관련된 활동들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자칫 환경운동이라는 명목하에 기업들에 대한 감시가 소홀해지거나 면죄부를 주는 듯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이런 내용들을 충분히 고려해야 됩니다.

사회적 경제와 ESG 경영 2강 (김진석 제공)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김진석 팀장의 인터넷 강의 ‘사회적경제와 ESG경영’ 시리즈가 사회적기업은 물론 스물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시사N라이프>는 김진석 팀장의 동의를 얻어 강의녹취록을 읽기 좋게 편집하고 강의안과 함께 연재하고 있다.

관련 유튜브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zVoV9hgJ-LI&t=2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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