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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_이야기(07)] 그래도 발전합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1부: 21세기 지방분권 #04

조연호 전문위원 승인 2022.08.15 00:00 의견 0


세상 모든 것에는 좋은 점과 좋지 않은 점이 항상 같이 있습니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말이죠. 어두운 점 반대편에는 밝은 점도 있습니다. 선거를 거듭하면서 중앙권력이 지방에 미치는 영향력이 조금씩 줄어드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지방선거에 대구광역시 시장 후보로 <국민의 힘>에서만 3명의 후보가 등장했습니다. 그 중 한 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원자를 맡았던 사람이었고, 다른 한 명은 대통령 당선인의 조력자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대통령 당선인과 치열하게 당내 경선을 치렀던 후보였죠.

박빙의 승부를 예상하거나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후보의 선전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결과는 경선에서 탈락한 두 후보의 득표 합이 선출된 후보의 득표율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점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여전히 중앙당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지역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분명히 중앙권력이 지방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와 비교해 조금씩 줄어 들고 있습니다. 지방자치제를 실시한 후에는 어쩔 수 없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입니다.

지방자치제도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정부의 행정력을 이양 받아 지방 실정에 맞도록 운영하는 제도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과거라면 모를까, 각 지방마다 차이점이 두드러지고 특성이 다른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전국을 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 기간만 하더라도 각 지방마다 그 재난의 정도가 달라서 일괄적으로 지원 정책을 실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재난 지원금도 전국민 대상으로 했다가 88%로 줄이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이때 지방자치단체에서 독자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보조해 자체적으로 모든 시민에게 지원하는 정책을 실행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국가의 예산 지출을 심의·의결하는 조직은 국회이며, 지방자치단체로 보면 지방의회가 그 일을 감당합니다. 그리고 지방의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지방의회의 의원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모두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자들입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있듯이 지방에도 대표자가 있는데, 이들을 지방자치단체장이라고 합니다.

지방선거가 회를 거듭할수록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도 신장됐습니다. 최근 선거에서 중앙정부의 요직을 거치지 않아도 지방자치단체장 역할만 잘 수행해도 대선에 출마해 선전할 수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이재명 후보는 국회의원이나 정부의 부처장을 한 번도 하지 않은 후보였습니다). 서울시장, 경기도시자 등은 항상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요. 물론, 임기 동안 자치단체장으로서 역할을 잘 수행할 때에나 가능한 일입니다. 그만큼 지방 통치가 정치인들에게 중요한 업적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말은 중앙정부의 힘에 휘둘리지 않고, 진정 시민들을 위한 길이라면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한 행보를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지방자치단체에 힘이 실리는 것은 사회의 발전을 고려할 때 당연한 일입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 5천만 국민들을 대표합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모든 국민을 위해서 일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 명의 대통령이 5천만 명이 넘는 국민 모두에게 일일이 관심 둔다는 건 누가 봐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지방에 거주하는 국민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보완책으로 지방자치제도를 실행한 것이죠. 5천만 명의 국민이 아니라 이 보다 적은 수의 시민단위로 나눠졌습니다. 여전히 많은 수의 시민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시·도차원에서만 단체장을 선출하지 않고, 더 작은 단위까지도 단체장 선거를 실시해 일꾼을 선출합니다. 현재는 시·군·구 수준까지 지방을 나눠 선거를 치르고 있습니다만, 지방분권은 더 작게 나눠지고 더 세심하게 지역주민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도록 발전하는 게 맞습니다.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작은 단위에서도 선출직이 뽑히다 보니, 피부에 와 닿는 공약들도 등장했습니다. 필자가 본 공약 중에는 “아파트 단지 내 반려동물 보호소 설치”, “건물 옥상을 주민을 위한 쉼터로 조성” 등이 있었습니다. 대통령 선거 공약집, 국회의원 선거 공약집과 비교할 때 정말 사소한 공약들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공약이고 주민의 바람이 십분 반영된 느낌이었습니다.

규모가 중요한 영역–경제, 군사, 실험집단 등–도 있겠지만, 현대 사회는 작고 세밀한 터치가 더 설득력 있는 시대입니다. E.F.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경제적인 차원에서 성장제일 주의를 추구하는 현대 경제구조를 비판한 책이지만, 정치에도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때로는 내 앞마당에 꽃을 심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21세기 우리가 살아 갈 세상은 거대한 담론이나 이데올로기 논쟁은 그만두고 사소한 일상에서 정치가 더 소중하게 여겨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다시 관심을 가질 테니까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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