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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알자] 은둔자(日陰者)이던 자위대의 침로

정회주 전문위원 승인 2023.06.21 15:33 의견 0
(정회주 제공)

◆ 군사력과 군사비 순위 하락

145개 국가의 군사력을 군비, 병력, 재정, 지리조건, 이용 가능한 자원 등의 지수를 산출하여 순위를 정한 ‘Global Fire Power 2023’이 발표되었다. 최강 3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이었다. 그런데 한국은 2019년 7위에서 2023년 6위로 상승한 반면, 일본은 2019년 6위에서 2022년 5위이었다가, 2023년 8위로 하락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도 지난 4월 24일 ‘군사비 데이터베이스 2023’을 발표하였는데 여기에서도 일본은 9위 한국보다 뒤진 10위였다. 의미없는 비교일 수 있으나, 일본 내부에서는 한국보다 공표된 순위가 뒤졌다는 것에 우려의 반응도 있다. 왜냐면 일본은 항상 미국과 유럽이 자신들의 비교 대상이지, 한국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 자위대 인력부족 문제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이같은 수치를 반영하는 각종 데이터가 수년 전부터 도출된 것이 이상한 것도 아니다. 우선 자위대 인력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언뜻 보면 최근 정원과 현재원이 증가한 듯 보이지만, 특히 해상자위대 인력부족 문제는 과거부터 지속되어온 고질적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해상자위대 이지스 시스템을 육상자위대가 운영하는 이지스 어쇼어로 바꾸었으나, 지역주민들의 강한 반대로 해상형 시스템으로 변경하게 되었고, 결국 혹 떼려다가 혹을 붙인 결과가 되었다.

이같은 문제의 대안으로 육상자위대 병력을 해상자위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A Solution for Japan's Military Mismatch【Samuel P. Porter/Foreign Policy/3.15】까지 있을 정도다. 기고자인 사뮤엘 포터는 일본의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신병 연령대인 18세에서 26세 사이의 일본인의 수가 1994년 1,400만 명을 정점으로 현재 1,050만 명으로 감소했기 때문에, 향후에도 정원을 충족할 가능성이 없음도 지적했다.

(정회주 제공)


◆ 장비 가동율 및 전비태세 문제

인력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개되어 왔지만, 일본의 장비 가동율 저하는 비밀에 속하므로 공식적인 발표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 가동율 저하에 대한 문제가 예비역들의 입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밝혀지면서 다수의 언론이 “방위성이 비공식 실태를 조사해 보면 현장에서 가동하는 것은 5할 정도이며, 이 가운데서도 절반이 정비중이고, 나머지는 부품 및 예산이 없어서 정비 대기로 분류중이다”고 지적(닛케이, 2022.9.5. 등)하고 있다.

또한 북한 미사일 발사 때마다 파괴조치명령의 발령과 함께 언론에 공개되는 자위대의 대비태세를 보면, 패트리어트 포대의 준비태세는 강화하고 있지만 일반 장병들의 모습에서는 긴장감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항공자위대 격납고는 2차대전 시절보다 못한 수준으로 엄체시설이 거의 없다시피 하며, 전 장병이 방독면을 상시 착용하고 훈련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 전후 최대의 분기점에 서 있는 자위대

2차대전 패전으로 인해 군대를 가질 수 없었던 일본은 자위대를 유지하게 되었고, 이들은 분열행진곡(발도대), 행진곡 ‘군함’ 등을 연주하면서 욱일기를 사용하는 등 제국군대와의 끈을 놓지 않았다. 국민들로부터는 ‘부의 유산’(負の遺産 : legacy cost)처럼 인식되다가 아베 정권 이후 중국과의 갈등, 북한의 미사일 발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증가되는 위협과 동일본대지진과 같은 대규모 재해재난으로 국민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가 “자위대가 국민으로부터 환영받는 때는 국가가 혼란에 직면한 때이며, 은둔자(日陰者)일 때 행복하다”라고 했던 ‘혼란의 시기’가 바로 지금인 것이다.

한편, 자위대는 응모 인원 감소에 따른 자위관들의 인성부족 현상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소위 ‘Poverty Draft(빈곤 징병)’ 현상 속에서 인성 부족에 기인한 강력범죄, 심지어 사격훈련중 교관을 살해하는 사건도 발생하였다.

이처럼 자위대는 음지와 양지를 오가면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국회에서는 지금도 자위대를 군대로 만들기 위한 헌법개정의 토의가 진행중인데, 제국군대와 같은 모습으로 변할지, 평화를 지키는 새로운 모습의 군이 될지는 자위대 자신과 일본국민의 선택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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