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심리전(2)] 전시와 평시가 구분되지 않는 하이브리드 워
김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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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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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심리전은 4차 산업혁명 등 디지털 기술의 진전에 힘입은 심리전의 기술적 고도화로 인해 과거 국가 수준에서 수행돼 온 선전·선동 위주 심리전과 큰 차이점을 갖는다. 현대의 사이버 심리전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가능한 서사(narrative) 기술을 갖춘 AI 알고리즘이 허위조작 정보를 생산하고, 소셜 봇이나 봇 부대와 같은 쌍방향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통해 대량의 정보를 소셜 미디어 공간에 확산시키는 방법이 빈번하게 동원된다.
◆전시와 평시가 구분되지 않는 정보심리전
전시와 평시 전략의 뚜렷한 구분이 모호한 사이버 심리전은 일상의 정보활동과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상시 공격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이브리드 사이버 심리전은 공격 대상인 사회의 정치적 서사(narrative)나 정치적 담론을 통제하며 대리 행위자들(proxy actors)이 급진적·극단적 행동을 취하도록 자극하는 방식을 사용해 위협을 일상적으로 구사할 수 있게 한다. NATO가 ‘대 하이브리드 위협 유럽센터’(Hybrid CoE, The European Centre of Excellence for Countering Hybrid Threats)를 설립하면서, 허위조작정보 유포를 통한 사이버 심리전도 하이브리드 위협에 포함했을 정도다.
전투원 간의 직접적인 교전 혹은 가시적인 군사활동이 없으면서 전통적인 무력 수단과 비전통적인 위협 수단을 복합적으로 사용해 국가 시스템과 정부의 의사결정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를 ‘하이브리드 위협(hybrid threats)’이라고 한다.
서방세계는 선거철마다 전개되며 선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이버 심리전을 심각한 위협으로 파악하고 있다. 디지털 선전·선동의 성격을 갖는 사이버 심리전은 서구권 온라인 공론장의 연결성과 개방성이 갖는 취약성을 이용하여 서구권 시민사회를 직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 등 권위주의 진영으로부터의 사이버 심리전은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분열을 극대화하며 선거과정과 정부의 정당성을 공격하는 등 민주주의 제도의 핵심 기능과 가치를 집중적으로 훼손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선거철은 ‘하이브리드 워’의 전장
사이버 심리전은 대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대규모의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시키는 방법을 이용하는데, 지금까지는 비군사적인 것으로 평가했지만 2016년 미국 대선과 영국의 브렉시트 (Brexit) 국민투표를 시작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이후 유럽 내에서 선거가 있을 때마다 러시아나 이란 등 권위주의 국가가 자행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허위조작 정보 유포 활동이 벌어졌는데, 이는 서구권이 사이버 심리전을 주목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미국과 유럽은 이러한 사이버 공격이 단순히 가짜뉴스 확산을 통한 여론 왜곡 시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하고 서구권의 주권과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 인식하게 되었으며, 다양한 조사를 통해 이와 같은 사이버 심리전 공격이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술이 동원된 디지털 선전 활동임을 확인했다.
즉 2016년 이후의 서구권 선거는 오로지 해킹과 사이버 심리전만으로도 서구권의 여론분열과 사회갈등을 심화시키는 등 미국과 유럽이 비군사적인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크게 고취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는 뒤에서 서술하는 바와 같이 특히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에 매우 심각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한편, 인공 지능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많은 양의 정보와 정확한 잠재 대상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 특히 북한 등이 사이버 심리전 분야에서 취약한 한국 사회의 맹점을 이용해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하이브리드 워’를 확대해 나갈 우려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처를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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