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일(월) 라이칭더 신임 대만 총통이 취임했다. 라이칭더 총리는 취임 직전인 5월 8일 타이완 열린 일본 관련 행사에 참석해 “타이완의 유사(상황)는 일본의 유사(상황)이고, 일본의 유사(상황)는 타이완의 유사(상황)다”라는 발언을 했다.
돌이켜 보면 “타이완 유사가 일본의 유사”란 발언은 지난 2021년 12월 1일 타이완의 민간 싱크탱크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발언을 생각하게 한다. 당시 아베 전 총리는 “일본과 타이완이 이제부터 직면할 환경은 긴장(관계)을 안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센카구 및 요나구니섬은 타이완으로부터 떨어져 있지 않다. 타이완에 대한 무력침공은 일본에게도 중대한 위험(위협)을 야기한다. 타이완 유사(상황)는 일본의 유사(상황)이고 미일동맹의 유사(상황)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이점을 결코 잘못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아베 전 총리 사망 이후인 지난 2024년 1월 10일에도 아소 자민당 부총재가 “(타이완 해협 위기는) 일본의 존립위기사태라고 일본정부가 판단할 가능성이 지극히 크다”면서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공격을 받으면 일본도 반격할 수 있음을 공언했다. 게다가 아직 취임하지 않은 라이칭더 총통 당선자를 겨냥해 “그런 상황(타이완 유사)이 될 경우 각오를 확실하게 하지 않고 아무런 각오도 없이 국가 원수가 되면, 일단 일어났을 때 허둥지둥한 대응을 할 수 있다”며 일개 국가의 수장을 타이르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렇게 일본은 마치 자신들의 일처럼 타이완의 상황에도 관여하고자 한다. 솔직히 전수방위를 주장하면서 정치인들이 양국 국민을 부추기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뿐만 아니라 라이징더 총통 취임을 앞둔 5월 17일, 엠마뉴엘 주일 미국대사가 타이완으로부터 110킬로미터 떨어진 일본의 최서단 이리자키곶을 방문해 “전쟁을 막을 첫 번째 방법은 확실한 억지력이다. 우리가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은 모두 일본 전체의 방위목적이다”라는 언급과 더불어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타이완에 대한 일본 국내 움직임과 함께 라이칭더 총통 취임식 때 참석한 일본 정치인 수도 흥미롭다. 지난 2016년에 총통 취임식 대비 해외참석자들이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2016년 59개 단체 약 700여 명 → 2024년 51개 단체 500여명), 일본 국회의원 참석자는 지난 2016년 12명 보다 3배에 가까운 31명이나 참석했고, 취임식 이후 이루어진 오찬회동도 일본 참석자들과만 이루어졌다고 한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과 타이완에 대한 통일의지를 굽히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오히려 일본이 타이완의 위기를 조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한편으로는 타이완 뿐 아니라 심지어 중국도 이를 이용하고 있다.
한편, 2021년 3월 10일 데이비드슨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중국군의 6년내 타이완 침공 가능성을 언급한 이래, 일본은 이를 의심치 않고 줄곧 대만유사론을 부르짖고 있으며 여기의 핵심에는 자민당 국방족 의원세력을 포함한 강성 정치인들과 자위대가 있다.
일본과 달리 미국 내에서는 타이완 위기론만 있는 게 아니다. 중국군이 타이완을 무력으로 점령할 역량이 없는 상태라는 마크 밀리 합참의장의 의회증언(2021년 6월 17일)도 있었고,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2021년 9,10월호)의 보도를 통해 중국군이 타이완본토에 대한 침공능력은 물론, 해공역봉쇄 및 이격도서 공격능력도 없다는 타이완 유사(상황)론의 허구성 비판여론도 있다.
영향력과 책임을 가진 기관 및 관료가 다양한 분석과 및 의견을 제시하는 미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군사공격에 대한 불안은 물론 중국의 무력행사 위기감으로 인해 방위비 증액 찬성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타이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참전할 것이라는 응답이 43.1%(참전하지 않는다 48.6%)나 된다. 이는 흥미롭게도 미군이 참전한다고 믿는 응답(34.5%) 보다도 높은 수치다. 그래서인지 타이완과 일본 여당간 2+2 회의에서 타이완의 궈궈원(郭国文) 입법위원이 “타이완에게 일본은 도라에몽”이라 공언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대표적인 국방족 국회의원 오노데라 이츠노리 전 방위대신이 민영방송에 출현해 “[발언 내용 의역] 일본이 단순히 대만을 지키기 위해 자위대를 보내줄 것이라는 기대가 없도록 가급적 정확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日本は単純に台湾を守るために自衛隊が出て行ってくれるんでしょう?というふうな期待はですね、むしろ打ち消して正確なお話を私は常にするようにしています)라고 언급하는 등(5.20, BS-TBS 報道1930) 지금까지와는 결을 달리하는 발언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최근까지도 미국 전문가의 말이라면서 중국의 타이완 공격(확률)이 “0은 아니다.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라는 등의 타이완 해협위기를 조장해 왔다.
항상 강조하지만 일본의 자민당 일부 정치인들은 일본의 위기를 자신들의 정권 유지에 아주 적절하게 이용한다. 특히 2017년에는 한반도 유사 상황을 가정하여 자국민 철수를 주장하기도 했으며, 전국 지자체에 미사일 대피 훈련을 유도한 적이 있는 등 선거를 위해 외부위협을 이용한 적이 있다. 국방족 의원들과 자위대의 선동은 오히려 실질적인 위협 조성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느끼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위중했었다는 것을 느끼는 날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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