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론을 바라보는 몇가지의 시선들이 있는데,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좀비물이고, 또다른 하나가 보이지 않는 공포를 다루고 있는 이런 장르물이다.
약간 거슬러 올라가면 2008년의 나이트샤말란 감독의' 헤프닝'이 있고, 최근으로 보자면 에밀리 블런트 부부의 '콰이어트 플래이스' 가 있다. 특히 헤프닝과 버드박스는 굉장히 유사해서 속편이라고 해도 크게지장이 없을정도로 그 설정이에서 유사함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헤프닝의 완성도가 상당히 떨어지는데 반해서 버드박스는 주연과 조연들의 무게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것보다는 더 볼만한 영화다. 미국 현지에서는 영화에서 처럼 눈을 가리고 생활을 해보는 버드박스 챌린지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정도로 넷플릭스에서 가장 성공한 콘텐츠 중의 하나다.
영화 <버드박스> 스틸컷
◇오감에서 오는 공포가 대세가 되어가는 듯
이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콰이어트 플래이스가 생각이 날 수 밖에 없다.
근래의 흥행작이기도 하고 그 영화가 소리라는 것으로 상징되는 보이지 않는 공포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엔딩에서 정체가 나오긴 하지만, 이 영화 버드박스는 시각에 촛점을 맞추면서 종말의 실체에 대해서 끝까지 함구하면서 공포감을 더 하려고 노력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각을 막아야만 하고, 죽음의 방식이 누군가에 의함이 아닌 자기자신이라는 설정은 어떻게 하면 공포의 설정을 최대한 부각할 수 있을지 상당히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다만 영화가 진행될 수록 이어지는 설정은 약간 억지스러운 면도 없지않다.
영화 <버드박스> 스틸컷
공포영화라고해서 오버스러운 연기나 피갑칠로 도배가 되던 시대는 아무래도 지난 것 같다.
기본적으로 연기력들이 되지 않으면 관객을 설득하는데에 무리가 따르는 수준높은 관객들이 넷플릭스의 주요 고객들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그런면에서 주인공 뿐 아니라 조연들까지도 보는 재미가 있다.
영화 <버드박스> 스틸컷
연기력이라면 두말하면 서러울 '존 말코비치'가 중간 흐름을 이어주고, 문라이트의 주인공인 트래반스 로즈가 산드라 블록과 좋은 합을 보여준다. 그리고 '알리타: 베틀엔젤' 의 여전사도 등장하는데, 등장할 때마다 알리타를 떠올라서 소소한 재미가 있다.
활동적인 영화가 아니라 어두운 메세지를 가지고 천천히 전진하는 영화일수록 주인공 뿐만이 아니라 조연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요즘의 영화라면, 버드박스는 충분한 지원군들이 영화속에 배치되어 있다.
영화 <버드박스> 스틸컷
◇신선하고 다양한 설정의 종말론을 다루는 영화가 필요하다.
버드박스가 흥행에는 성공을 했다는 것은 이미 알고있다. 하지만, 설정들이나 내용까지 신선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헤프닝의 설정이 있었고, 콰이어트 플래이스의 설정도 떠올릴만큼 어느정도는 짜집기의 흔적들이 강하게 남아있다.
파도 파도 계속 쏟아지는 좀비물처럼 종말론에 대한 영화들도 계속해서 시도된다면 좀비물이 다양해 지는 것처럼 또다른 형태의 장르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인간의 오감과 접목시켜 풀어나가는 방식도 계속 될 것처럼 보인다. 성공의 공식이 생기면 절대로 어기지 않는 것이 헐리우드기 때문이다.
챌린지 때문에 하도 호들갑들을 떨어대는 통에 얼마나 대단한 영화가 나왔는지 유심히 봤지만, 기대했던 그정도 까지는 분명히 아니다. 하지만, 연기력에 의존해서 잔잔하게 진행되는 이런 류의 공포영화라면 또다시 기대를 하고 보고싶은 영화다.
그나저나 넷플릭스를 끊을 길이 없어짐이 안타깝다.
버드박스 (BIRD BOX,2018)
감독 : 수잔 비에르
출연 : 산드라 블록, 트래반트 로즈, 존 말코비치 외
제공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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