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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알자] 커티스 르메이와 안중근

정회주 일본지역연구자 승인 2020.03.10 11:33 | 최종 수정 2020.04.09 15:32 의견 0
커티스 르메이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75년 전, 1945년 3월10일 미명에 도쿄대공습이 이루어졌다. 3월10일자 산케이 신문은 "'물을 주세요'라면서 매달리는 여성으로부터 도망갔다. 지금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동경대공습"이란 제목으로 동경대공습에 대해 보도를 하였다.

주요 내용은 동경대공습에 대한 체험을 어린이들에게 이야기하는 한 여성을 소개하면서 미국에 의해 10만명이 학살되었고 이러한 교훈을 살려야 된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적절한 비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생각나는 두 인물이 '커티스 르메이'와 '안중근 의사'다.

'커티스 르메이'는 1945년 대일 폭격을 책임지는 제21 폭격기 사령부 사령관에 취임했다. 이때 목제 건물이 많은 일본 건물을 대상으로 소이탄을 이용한 폭격을 시행하였다. 당시 '르메이'는 지금도 논란이 되는 "무고한 민간인은 없다(There are no innocent civilians)"란 말을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런 '르메이'에게 1964년 일본 정부는 '훈일등욱일대수장'이란 훈장을 수여했다.

이에 반해 2014년 아베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스가 관방장관은 안중근 의사에 대해 "일본으로부터 사형 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다"라고 발언했다.

1945년 3월 10일 동경 대공습으로 인해 약 8만 9천여명의 동경 시민을 죽였지만 "무고한 민간인은 없다"고 했던 '르메이'와 동양평화를 역설하며 이를 저해하는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보는 것이 적절한 역사적 평가인가?

모든 목숨은 평등하게 중요하다. 하지만 역사를 해석하는 자에 따라 테러리스트가 되고, 훈장도 받는다. 지금 일본의 극우세력들은 과거 자신들이 가해자이었던 사실은 감추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자국민에게 색안경을 끼우고 있다.

[칼럼니스트 정회주 / 민간 일본지역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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