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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리제너레이션(8)] 특색있는 예술의 거리 ‘홍대’

문화적 도시재생 1번지-홍대 ①편

김동복 기자 승인 2020.07.10 17:04 의견 0
홍대거리  (한국관광공사 제공)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공간은 주변 환경을 구성하는 단순한 물리적 조건만을 의지하지 않는다. 도시 공간의 형식과 규모와 구조는 어쩌면 그 자체가 우리의 삶의 내용을 구성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대학로에 이어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 잡기까지 홍대권역의 공간과 문화적 변화 과정 속으로 들어가보려고 한다.

보통 ‘홍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이색카페들, 소규모 갤러리와 화랑, 소품점과 패션숍, 라이브카페와 클럽, 예술시장, 맛집 등이 홍대거리를 더욱 자유롭게 비춰준다. 다양한 행사와 거리공연, 축제 등의 문화요소를 간직하고 있어 홍대주변은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또한 홍대주변을 구성하는 미술학원거리, 피카소거리, 클럽거리, 걷고 싶은 거리 등 다양한 이색 거리가 발걸음을 즐겁게 한다.

원래 ‘홍대’라 부르던 지역은 서울특별시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과 홍익대학교 정문을 잇는 지역 및 이 일대에 있는 번화가를 말한다. 원래 ‘홍대’라는 명칭은 홍익대학교의 약칭일 뿐 지명이 아니었다. 그런데 홍익대학교 일대의 문화적 요소가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하자 ‘홍대’는 이 지역을 지칭하는 일반명사가 되기 시작했다. 홍익대학교와 구분하기 위해 홍대입구, 홍대거리라는 명칭을 붙였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지역을 ‘홍대’라 부르고 있다.

한편 ‘홍대’ 상권의 확장에 따라 ‘홍대’도 확장되기 시작했다. 본래 홍익대학교 앞을 지나는 와우산로와 양화로, 홍대입구역과 홍익대학교 정문을 연결하는 홍익로, 홍익로와 나란히 연결된 잔다리로, 옛 당인리선 폐선 부지에 개설된 어울마당로 등 행정구역상 상수동과 서교동 일부로 한정되어 있었지만, 동교동. 합정동, 연남동, 망원동, 성산동 일대까지 ‘홍대’라 부르게 되었다.

이는 2010년대 전후 상가 임대료가 상승하자 이 지역에서 영업하던 상인들이 인근 지역으로 이동했고, 공항철도, 경의중앙선 등이 기존 2호선과 연결되며 역세권도 널리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행정적으로 보면 동교동, 서교동, 합정동, 상수동이 마포구에 속하고 있어 홍대 번화가는 마포구의 번화가이면서, 마포구의 재정을 채워주고 문화적 거점이 되는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홍대 앞은 마포구 동교동, 서교동, 상수동 등 행정적인 범위로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장소성의 층위를 지닌 문화적 공간을 의미하며 세계적으로도 한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홍대거리  (한국관광공사 제공)

홍대의 문화적 위상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다. 홍대는 2000년대까지 문화적 다양성을 형성한 곳이다. 미술과 음악 등의 예술적 장르뿐만 아니라 독립문화, 소수문화, 하위문화, 대안문화가 이곳에서 형성되었다.

1990년대 초반에는 특색있는 카페가 들어서며 소위 ‘홍대 앞 문화’는 씬이 형성된다. 특히 1990년대 중반 ‘드럭’, ‘블루 데블’, ‘재머스’ 등의 라이브 클럽이 생겨나면서 ‘크라잉 넛’, ‘델리 스파이스’, ‘황신혜 밴드’ 등 인디밴드들이 활동하면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는 한편 인디음악의 메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홍익대학교 정문에서 극동방송국 사이의 거리에는 다양한 술집과 펑크 락과 테크노 음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라이브 클럽들이 모여들며,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거리로도 불리었다.

2000년대 이후 한 차례 전환점을 맞게 되는데 마니아에서 일반대중으로 홍대를 찾는 사람들의 층이 확산된 것이다. 2010년도 공항철도 개통으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이 급격한 증가한 것도 홍대가 대중적인 공간으로 변화하게 된 데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심각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창작문화의 근거지가 해체되고 선주민의 이탈이 가속화되었다. 한편 대안을 찾기 위해 나선 문화창작자들과 소상공인들이 인접지역으로 이동하며 홍대문화권이 확장되자 문화소비지역으로서의 장소성이 반복·재생산으로 이어졌다.

또한 홍대의 공간적 확장은 문화적 특징에 따른 세분화로 연결되는데, 물리적 공간의 분화에 따른 문화주체들의 인식 차이 등 갈등 요소가 첨예하게 드러나며 그동안 ‘홍대’를 구성하는 요인들이 빠르게 해체되고 있는 현실이다. 앞으로 이어질 연재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뤄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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