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당인 자민당에는 각종 부회(部会)가 있다. 정책분야 별로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이 모여 관련분야의 전문적 토의를 하거나, 법안을 작성하고, 때로는 관계 성·청으로부터의 의견을 청취한다. 당칙(党則)상에는 외교, 국방, 총무 등 14개의 부회가 있으며, 이들은 정무조사회에 속한다. 즉 지난번 아베 전 총리의 후광을 입고 총리후보로 나왔던 극우 정치인 다카이치 사나에의 하부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부회의 활동이 아베 정권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고, 그들이 정권에게 제시하는 정책은 참고 수준에 그쳤지만 지금은 정권의 정책을 좌우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를 보면 일본정부는 2020년 2월 중국일부 입국자를 거부하면서 시작한 국경봉쇄 정책을 2021년 1월에는 중국과 한국 등 비즈니스 입국자까지 확대해 중단시켰다. 이를 코로나19로 인한 ‘레이와의 쇄국’(令和の鎖国) 이라고 한다.
이때 사토 마사히사 자민당 외교부회 회장은 “당 외교부회의 의견이 정부의 등을 떠밀었다”고 강조(2021.1.14., 닛케이)하는 등 한국과 중국에 대한 쇄국을 부추겼다. 뿐만 아니라 외교부회는 북한 미사일, 대만해협 위기,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이용해 잦은 언론의 주목을 받는 등 자신들의 발언력을 키우고 있다.
이같은 외교부회의 발언과 정책은 아베 전 총리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의 핵공유 토론 필요 발언(2.27)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비핵 3원칙을 견지하는 일본 입장에서는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반면, 다카이치 정조회장은 유사시 핵반입 논의 필요(3.6) 및 사토 회장도 “러시아의 침략은 남의 일이 아니다.” “일본도 수비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창(공격수단을 의미) 보유의 검토가 필요하다.”(2.28)는 등 후쿠시마 출신이라 원전피해지역을 감안해 직접적인 핵공유 발언을 피하면서도 기시다 정권과의 대립각을 보였다.
이처럼 기시다 현 정권과 자민당 정책과 외교를 총괄하거나 제언하는 정조회장과 외교부회장의 대립에는 무엇보다 자민당내 세력다툼에 있다. 가장 큰 파벌인 아베파가 자민당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정권이고, 국회의원들은 아베 전 총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외교부회의 기시다 정권의 외교정책에 대한 압력수준이 과거 사례를 보기 힘들정도로 도를 넘고 있다.
최근 사토의 발언을 보면 ①“힘에 의한 현상변경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일본 외무성의 말은 얄팍하게 들린다.”(力による現状変更は認めないという日本外務省の言葉が非常に薄っぺらく聞こえてしまう, 2.9), ②“외무성의 제멋대로인 것과 당사자 의식이 없음이 장난이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두 달 동안 한번도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대신과 유럽 외교부장관의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外務省のチグハグ感と当事者意識のなさが半端ないと言わざるを得ない。この2カ月間、たったの一度も林芳正外相と欧州の外相の会談は開かれていない, 2.16), ③“인명을 구하기 보다 돈벌이 인가? 라고 비난받는다”(命を救うよりも金儲けなのか、と言われてしまう, 3.8), ④“묻지도 않고, 보지도 말고, 말하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 외교로부터 벗어나야 한다.”(聞かざる、見ざる、言わざる、動かざる外交から脱却すべきだ, 3.15)는 등 주로 외무성의 우크라이나 대응에 대해 비난을 지속하고 있다.
이같은 자민당 외교부회장의 외교정책 비난 배경에는 하야시 외무대신이 작년 10월 참의원에서 중의원으로 바꾸었고, 야마구치 선거구는 인구대비 선거구가 많아 다음 중의원선거부터 4개의 선거구가 3개로 축소될 것이 예상됨에 따라, 아베 경쟁자인 하야시 외무대신을 깎아 내리는 것, 그리고 기시다에 이은 차기총리의 싹을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자위대 출신인 사토 마사히사 회장이 선출된 가장 큰 배경에는 혐한 등 극우 세력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컬러를 바꿀 수 없다. 예를 들면 구 일본군이 중국군 ‘100명의 목베기’가 거짓말이라는 소송에서 원고측 대리인이었던 것이 아베신조의 눈에 띄어 공시 2주 전에 스카우트된 ‘이나다 도모미’도 ‘변절했다’는 이유로 아베와의 거리를 두면서 사실상 여성 최초의 총리라는 존재감을 다카이치 사나에 현 자민당 정조회장에게 넘겼다는 후문도 있다.
결론적으로 한일관계에 있어서 양국은 새로운 지도부로 바뀐 것을 계기로 협상과 대화의 시도가 오고 갈 것으로 예상되며, 윤석열 당선인은 징용 및 위안부 등 역사문제나 경제, 안보 등 한일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기시다 정권이 7월 참의원 선거를 압승하고 극우 보수세력들의 말대로 헌법개정 등을 원만하게 이룰 수 있을 정도의 안정된 정권이 된다면 모를까 한일 양국의 포괄적 협상은 쉽지 않을 것이다. 즉, 기시다 정권의 힘이 아직은 아베를 따르는 극우 보수세력을 넘을 만큼은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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