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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_이야기(10)] 나이로 세대를 나눌 게 아니라, 관심사 중심으로 헤쳐모여야 합니다

1부: 21세기 지방분권 #07

조연호 전문위원 승인 2022.08.24 00:14 의견 0

과거에도 한 세대를 일컫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베이비 붐’세대, ‘X세대’, ‘Y세대’, 그리고 ‘Z세대’, ‘α세대’까지. 사실, 과거 세대 분류법은 괜찮았습니다. 대부분 한 국가에서 태어나면 국경을 넘는 일이 거의 없었고, 넘는다고 하더라도 물리적인 국경에 국한됐습니다. 유학이나 이민을 하지 않는 한 비슷한 인생을 살았으니까요.

현재는 다릅니다. 나름의 ‘표준’은 있는 듯하지만, 너무 자주 바뀝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인물들(빌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도 잊히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젊은 세대의 소통 플랫폼이었던 ‘페이스북’은 현재 청소년들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래된 바위에 낀 이끼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고 장년, 노년 세대와 청소년 세대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억지로 일정 기간을 기준으로 해서 구분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이 온다』에서처럼 ‘90년대 출생’의 특징을 설명한 도서가 베스트 셀러가 되기도 했습니다. 전 대통령은 측근들한테 나눠주면서 읽기를 권했다고 합니다. 제가 대통령 세대였다면, 저도 그랬을 듯합니다. 왜냐하면, 그 세대의 분류법에 맞는 세대 구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조금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그저 ‘90년대 생’으로 뭉뚱그렸을 뿐입니다. 실제 ‘90년대 생’은 얼마나 공감했을까요? 1년이 다르다고 느끼는 세대한테, 10년을 하나의 세대로 묶는 게 적절한 구분법일까요? 20살과 29살, 엄청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최근에 갑자기 등장한 ‘MZ세대’도 있습니다. ‘밀레니엄세대’와 ‘Z세대’를 합성한 단어입니다. 사실, 둘을 묶는다는 것이 어불성설입니다. 억지로 공통점을 찾으면 있겠지만, 각기 살아 온 시대가 다릅니다.

아울러 두 세대는 각자 세대별 특징으로 설명되다가, 석연치 않게 묶여버렸습니다. 기업 마케팅 용어로 느껴지는 상업적인 언어를 정치·사회권에서 무비판적으로 가져다가 사용하는 모습입니다. ‘민지’를 외치던 정치인들은 현재 자취를 감췄습니다.

애당초 ‘민지’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혹, 있었다면 ‘M’과 ‘Z’가 있었고, 오히려 그 안에서도 서로 다른 특징으로 나눠 있었겠죠. ‘서울M’이 파생됐을 것이고, ‘부산Z’가 드러났으리라 생각합니다. 크게 덩어리를 묶으면 보기에도 좋고, 공약을 내기도 쉽습니다.

그러나 나누면 그만큼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니, 어렵습니다. 단순히 번거로움 차원의 문제라면, 좀 더 부지런한 정치인이 등장해서 해결하면 될 문제입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분류 기준이 달라졌는데 이런 상황을 인식하는 정치인이 없습니다. 즉, 문제의식이 잘 못 된 것이죠. 언제나 정확한 문제의식이 먼저입니다.

이제 세대를 연령으로 구분하고 나누는 게 아니라, 세대를 막론하고 공통 주제를 찾아서 묶어야 합니다. 나이로 구분한 세대는 절대 공동체가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할 뿐입니다. 애초에 다르다고 구분 지었으니, 협력보다는 갈등의 소지가 잠재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공통 관심사 아래 모인 국민이나 주민은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특히, ‘메타버스’시대에는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공통의 관심사가 더 중요할 것입니다. ‘아바타(Avatar)’가 실존 인물보다 중요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10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제페토’는 ‘반모(반말모드)’가 기본입니다. 나이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페토 룰을 따라야 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존모(존댓말 모드)’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메타버스 게임 내에서 세대차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제페토’ 생태계가 좋으면 함께 즐기면 되는 것이죠. 그렇지 않다면, 적응하지 못하고 나오면 됩니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때 대통령이 되려고 여러 후보가 출마했습니다. 정당은 나름대로 좋은 후보를 선출하려고 치열한 선거를 치렀고요. 하지만 유력한 후보들은 ‘주제별 공동체’로 새로운 공동체를 구상하기 보다는 아군과 적군으로 나눴습니다. 입으로는 통합을 외쳤지만, 결국 분열을 시도했습니다.

언론도 유사합니다. 최근에는 ‘2030세대’라는 단어가 자주 보입니다. 20대와 30대가 유사하다고 생각해서 구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대항 세대는 60대 이상이겠죠. 얼마 전 만 해도 A 정당을 지지하면 대체로 2030이고 B 정당을 지지하면 대체로 60대 이상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대통령 선거를 보니 그렇지 않습니다. 선거당시 2030 지지율을 보니,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후보가 30%대였습니다. 그리고 2등과 3등이 19%, 18% 수준이었습니다. 상위 3명의 지지율을 합해서 70% 수준입니다.

나머지 30% 넘는 2030세대는 부동층이라는 의미입니다. 2030세대에게 압도적 지지를 받은 후보가 없다는 것이죠. 오히려 특정 정책을 제안한 후보를 지지했다가 슬그머니 정책을 철회하니 지지를 철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나이대로 정당을 선호한다는 과거의 기준은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구분(연령으로 나누는)이 계속되고 있을까요? 바로 관성입니다. 과거에는 ‘4지선다’ 혹은 ‘5지선다’ 중에서 답을 골랐습니다. 기성세대의 분류법입니다. 흔히 말하는 객관식입니다. 무조건 정답이 있었죠. 하지만 현재는 객관식보다 주관식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세상입니다.

이 말은 정답이 없을 수도 있고, 엄청 많을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주관식 답을 얻어야 하는데, 객관식 답을 구하기 위해서 문제를 왜곡하니, 괜찮은 답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울 까요? 그리고 억지로 객관식 답이 나오도록 문제를 만들었으니 문제 푸는 학생도 엄청 힘들 수밖에 없고요. 사회과학에서는 ‘문제해결’보다 우선시 하는 게 ‘문제의식’입니다. 그런데 제대로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좋은 답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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