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국장(國葬)이란 “국가에 공로가 있는 인물에 대해 국비로 성대한 의식을 행하는 장의(葬儀)”를 말하는데, 일본 정부는 국장(國葬)이 아닌 국장의(國葬儀)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국장과 달리 국장의(國葬儀)는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조의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차이를 가지고 있다.
총격 사건이 발생하고 6일 후인 7월 14일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국장의(당시에는 국장이라는 표현 사용)를 진행한다는 발표를 했다. 처음 국장의을 시행한다고 발표할 때만 하더라도 반대의견은 크지 않았지만, 가장 최근 실시(9.3∼4., JNN)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장의 반대가 51%(찬성 38%)로 지난달 여론조사보다 6%포인트나 증가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국장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시다 총리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가 63%에 달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도 지난달 조사보다 9% 하락한 48.1%로, 작년 10월 정권 발족 후 처음으로 5할 이하로 하락하면서 불지지(不支持)가 지지(支持)를 상회하였다.
이처럼 여론조사 결과의 배경이 된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의에 대한 일본 내 논점은 첫째, 7월 14일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공적이 정말 훌륭하다. 외국 정상을 포함한 국제사회로부터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라면서 국장의 결정 의사를 밝혔는데, 사실 그의 속내는 자민당 국회의원의 1/4인 93명의 아베파에 대한 배려(요미우리 7.15.)와 극우 정치인들의 기시다 정권에 대한 발목잡기식 여론전에 대한 대응이었다.
즉, 기시다 총리가 즐겨 사용하는 ‘검토하겠습니다’라는 발언 때문에 붙여진 ‘겐토시(檢討使)’라는 별명답지 않게 6일 만에 결심한 그의 결정이 이를 입증한다. 게다가 기시다 총리의 결심을 돕는다고 니카이 전 간사장은 “국장의를 하지 않으면 바보다”라고 언급하면서 국장의 논거가 약한 상황에서 국민을 무시하는 강성발언을 토해냈는데, 결국 국민의 의사에 반한 이 발언은 기름을 붓는 모습이 되었다.
둘째로는 국장의를 시행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 국장의를 개최하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기시다 총리는 내각부 설치법의 “국가 의식 사무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사실상 “행정부가 국가를 대표해서 개최할 수 있다”(7월 14일 기자회견)는 미약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결국 이번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국장의는 내각부설치법에 의한, 국민들의 권리를 제한하지 않는 돈만 세금으로 내는 추도의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도 처음에는 국장과 국장의를 혼용하다가 문제가 될 것 같으니 국장의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즉, 종합하자면 최고 수준의 장례식인 국장으로 하고 싶은데 법적 근거가 미약하니 말만 바꾸었다고 할 수 있다.
셋째로 예산상의 문제인데, 전액 국가 예산으로 지출하는 국장 소요 예산을 최초 2억 5천만 엔으로 추산했다가 터무니 없다는 여론이 일자, 최근 다시 계산해 낸 것이 16억 6천만 엔이다. 이러한 비용 추산 역시 행사 경호 경비 및 외국 의전 비용이 일부만 계상되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강한 가운데 국민의 세금으로 국장의를 진행하는 기시다 정권에 대한 불만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공적 평가에도 기시다 총리의 평가와는 괴리가 있다. 예를 들면 모리토모 문제 등 사학재단 비리, 벚꽃을 보는 모임 등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한 사례, 지구의를 부감하는 외교라면서 27회나 만났던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북방영토 협상 결렬, 아베노믹스도 사실상 실패했다는 등 성과없는 아베 정부에 대한 비난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구 통일교와 접점이 있던 자민당 국회의원도 379명 중 179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아베파가 가장 많은 것(NHK, 9.8)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한편, 8월 31일 코로나19 격리로부터 해제된 기시다 총리는 갑자기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일반적으로 일본 총리의 기자회견은 저녁 6시 혹은 7시경에 실시하는데, 참의원 선거가 끝나고 ‘황금의 3년’이라는 선거가 없는 순풍 시기에 지지율 하락이 문제가 되어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최근 구 통일교 문제 및 아베 전 총리 국장의 관련 문제를 언급하였다.
게다가 9월 8일에는 국회의 폐회 중 심사 기간 중 국회에 출석하여 기존 정부의 주장을 반복했다. 이것은 다급한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정권을 흔드는 위협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같은 대처에 대해 저널리스트 고토 겐지(後藤謙次)는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이 국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오판했다”“이제 국장을 취소할 시점은 지났다.” “국장을 철회한다는 것은 총리 퇴진까지 갈만하다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다(撤回はイコール首相退陣まで行き着いてもおかしくない)”(MBSテレビ, 2022.8.31.)고 주장했다.
우리에게는 지금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구 통일교 문제나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국장의 문제가 크게 와 닿지는 않지만 이번 기시다 총리가 아베 총격사건 6일 만에 국장의 결정을 한 가장 큰 원인이 자민당과 구 통일교와의 관계 폭로 및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보류 문제 등으로 기시다 정권을 압박하던 아베파와 극우 정치인들의 목소리를 재우기 위한 것이었다.
더구나 비슷한 시기에 개최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국장은 세계 각국 정상들이 조문객으로 참석할 것이라고 하니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국장의와 크게 비교될 것이며, 오히려 국장의를 강력하게 추진했던 기시다 정권에 대한 질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_MAgzoW_A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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