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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_이야기(17)] 지방분권, 삼합의 요소(3) 좋은 주민

2부: 지방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서 #03

조연호 전문위원 승인 2022.09.19 14:30 | 최종 수정 2022.09.19 14:52 의견 0


개인적으로는 주민의 개념을 조금 넓게 이해합니다. 단순히 거주민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 내에서 활동하는 사람까지도 포함시킵니다. 최근에는 ‘로컬크리에이터’로 불리기도 합니다. 사실, 생활은 다른 지역에서 하고 밤에 휴식만을 위해서 집을 찾는 주민보다는 다른 지역에 살더라도 일상을 해당 지역에서 보내는 사람이 더 실질적 주민입니다.

이렇게 따지면, 학생도 지역 주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가 있는 곳의 주민이 될 수도 있고, 동아리 활동을 하는 곳의 주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선거권도 주어지고 피선거권자도 될 수 있으니, 십대의 주민 의식은 더 강화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좋은 주민’은 어떤 주민일까요?

‘좋은 주민’은 오직 지역과 관련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행정구역을 나누고 가장 작은 단위 주민 조직으로 ‘주민자치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처럼 처음부터 자발적으로 조성된 조직은 아닙니다.

관공서에서 지침을 만들고 그에 따라 인위적으로 만든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그러다 보니, 초기에는 지역유지들이 정례적으로 모이는 수준이었습니다. 그중에서 기초의원들이 선출되기도 했고요. 기존 명예직에 감투 하나가 추가된 수준이었죠. 하지만 시간이 꽤 흘러서 지방자치제도가 자리 잡게 되자, 기초의원들 조차 정당에 가입하게 되고 정치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기초의원의 정당 활동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장점이라면 당선이 지역 유지들이 쓰는 감투가 아니라 실제로 일해야 하는 일꾼이라는 의미가 됐습니다. 적어도 작은 단위 자치지역에서 정치인으로 활동해야 했으니까요. 공약도 내고, 주민들을 만나면서 설득하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정당에서 공천하는 인물들이 꼭 지역과 연관 있는 후보는 아니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낙하산 공천’도 비일비재했죠. 아울러 간혹 몰상식한 기초의원들의 추태와 만행이 보도될 때마다 기초의원 폐지 논쟁이 벌어졌고,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기초의원은 선출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주민과 가장 밀접하게 접촉할 수 있고, 피부에 닫는 정책을 제안하고 실행할 수 있으니까요. 단, 정무활동비 수준을 받고 봉사할 수 있는 자를 선출해야 합니다. 현재는 자치지역의 수준에 따라 받는 활동비가 다릅니다.

현재 월정수당과 정무수당을 포함하면 기초의원이 수령하는 연봉은 4천 만 원을 넘습니다.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그것도 한 번 당선되면 4년을 지급받습니다. 웬만한 직장인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입니다. 과거에는 정무수당만을 지급했는데, 2006년부터는 월정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기초의원에게 생계를 보장해 줘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많은 기초의원은 본업이 따로 있습니다. 전문 지역 일꾼이 아닌 셈이죠. 그런데도 일반인들 기준으로 볼 때 꽤 큰 활동비를 받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당에 속하지 않은 자를 기초의원으로 선출해야 합니다. 정당에 속한 자를 계속 선출하면 당연히 정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본인의 소신대로 지역을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다음 공천을 염두에 두고 활동하는 것이죠.

실제로 앞과 뒤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의원들이 있습니다(필자가 실제로 경험한 사례도 있고요). 어떤 게 진심인지는 모르나, 중앙 정당의 눈치를 본다는 것만큼은 확실했습니다. 따라서 기초의원은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자여야 합니다. 지역에 관련한 관심과 애정, 열정을 온전히 쏟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럴 때, 기초의원이 ‘좋은 주민’의 대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십대 청소년들이 선출된다면 중앙정치로부터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부정적인 정치적 관행을 타파하고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청소년들은 조직이 아니라 지역과 주민을 대상으로 봉사·헌신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합니다.

다음으로 공무원과 자주 소통할 수 있는 주민이어야 합니다. 필자는 대학교 시절부터 가까운 관공서에 수시로 드나들면서 활동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 수준에서는 알기 어려운 지역 문제를 알 수 있었죠. 문제를 알게 되니, 당연히 문제의식이 생겼고 해결책도 고민하게 됐습니다. 모든 지역에는 정치, 경제, 조직, 문화 등 전 영역에 걸쳐 문제점이 있습니다. 하다못해 분리수거와 관련한 부분도 주민들만의 힘으로 해결하기 힘듭니다. 즉 관공서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죠.

물론, 적극적인 공무원이 지역 주민들과 수시로 만나서 의견을 듣기도 하지만 공급자로서의 의견 경청입니다. 의례적인 행위일 수도 있고, 본인이 생각한 문제점에 대한 근거로 주민의 의견을 모으기 위한 과정으로 그칠 수도 있습니다. 매일, 매시 머물러 있는 주체는 오직 주민뿐입니다.

그래서 지역 문제는 주민이 가장 잘 알 수밖에 없죠. 실제로 우수사례로 선정된 지역 사업 중에는 지역 주민의 열정이 있었기에 성공한 사례도 꽤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경상남도 김해시의 수안마을은 수국으로 유명한 마을입니다. 주민이 직접 마을의 발전을 모색하다가 관공서와 협력한 사례입니다.

원래 수국으로 유명한 마을이 아니라, 마을 주민과 관공서의 협력을 통해 적절한 콘텐츠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죠. 코로나 기간에도 조용히 축제를 개최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홍보가 없었는데도 많은 인파가 수국마을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후 마을 발전 계획도 수립해서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좋은 공무원’이 마을의 발전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주민이 협력하지 않으면 지역 발전은 언감생심입니다. 마찬 가지로 주민들의 힘만으로 마을 발전을 이루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원도 부족하고 일할 수 있는 체계(행정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마을 회관을 개보수하는 데도 지원이 없으면 실현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관공서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결국, ‘좋은 주민’은 공무원과 자주, 잘 소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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