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view-in] 요즘 뜬다는 팔복동에 가보았습니다 - 팔복동①편

- 팔복동 첫 번째 이야기: 내겐 마뜩잖은 <팔복동 공장마을>

※ 다양한 인사이트를 담는 '윤준식 편집장의 view-in', 이번 회는 [로컬 인사이트]로 구성했습니다.

윤준식 편집장 승인 2023.09.02 23:44 | 최종 수정 2023.09.03 15:20 의견 0

요즘 뜬다는 팔복동에 가보았습니다
- 팔복동①편: 내겐 마뜩잖은 <팔복동 공장마을>
http://sisa-n.com/View.aspx?No=2931329

여전히 산업 잠재력이 엿보이는 팔복동
- 팔복동②편: 신복마을의 로컬리티는 공장에서 기인할까?
http://sisa-n.com/View.aspx?No=2931351

빨간양념족발이 말해주는 팔복동
- 팔복동③편: 팔복동 맛집을 찾아
http://sisa-n.com/View.aspx?No=2931354

“요즘 팔복동이 뜬다면서요?”

두세 달 전부터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제가 잦은 로컬기행에 나서기 때문에 전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잘 알고 있는 줄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전주 팔복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한편으론 의문이 생겼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주를 전주와 한옥마을 정도로 인식합니다. 물론 전주라고 하면 ‘막걸리집’, ‘가맥’, ‘한복사진’, ‘전주비빔밥’ 등을 떠올리지만, 이런 개념들은 전주라고 하는 장소에서 파생되는 문화관광 아이콘에 지나지 않습니다.

팔복동 공장마을을 한 눈에 보여주는 마을지도 (사진: 윤준식)

◆‘전주&팔복동’의 장소성에 대한 의문

전주는 ‘65만 인구가 살고 있는 206.04평방킬로미터의 면적의 공간’입니다. 그렇다면 전주라는 장소를 인식함에 있어 ‘전주’라는 화두가 나오면 “전주 어디?”라는 질문이 따라와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의미를 지닌 특정한 장소-베뉴(venue)로서의 전주는 한옥마을 정도입니다. 그나마 최근에는 한옥마을 북서쪽으로 ‘객사길’, ‘웨딩의 거리’, ‘차이나 거리’ 등이 특화되고 있어 장소로서의 전주 이야기가 풍성해지기 시작했습니다만, 이 또한 전주 사람 혹은 전주를 자주 드나드는 사람들이나 아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필자 주;
필자는 ‘~리단길’이란 표현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지금 언급한 거리도 객리단길, 웨리단길이라 하지만, 로컬리티가 제거된 복붙된 표현을 사용하는 건 로컬을 정형화하고 규격화하는 행위이며 로컬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논점이 명료해지는 때에 제 나름의 ‘리단길 비판론’을 펼쳐보일 계획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팔복동’이라는 전주의 지명이 등장해 놀랐습니다. 게다가 팔복동이 뜬다니 무슨 이야기인가?

그때부터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에 관심을 갖고 눈여겨보기 시작했습니다. 나름 팔복동 아카이빙을 해보겠다고 전주의 지인들을 끌어모아 팀을 구성하려는 시도도 해봤고 가벼운 답사도 해봤습니다. 당시의 소결론은 “이렇게 봐서는 팔복동 잘 모르겠다. 팔복동 안으로 깊게 들어가 보아야만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법정동 팔복동1,2,3,4가를 합쳐 행정동인 '팔복동'이라 한다. <팔복 공장마을>이 있는 팔복동1가는 기린대로 북쪽 지역이며, 전주제1일반산업단지 기준으로는 남동부에 해당한다. 북서에서 남동으로 신복로가 가로질러 간다. (지도 출처: 팔복동 주민센터 홈페이지)


◆<빈집살래>를 통해 조명되는 팔복동

잠시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8월이 되며 MBC에서 방영을 시작한 『빈집살래3: 수리수리 마을수리』의 무대를 통해 팔복동이 등장한 겁니다. 이에 맞춰 빈집살래 프로그램을 통해 변신이 끝난 장소들이 방송영상과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팔복동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곳, 힙한 곳에 관심이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을 통해 팔복동에 새로 생긴 공간들이 소개되었고 좋은 기대평과 후기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남의 이야기만 들을 일이 아닌 것 같아 저도 지난 8월 13일 전주를 지나는 김에 잠시 잠깐 들러보았습니다.

<빈집살래>를 통해 조성된 공간의 이름은 <팔복동 공장마을>이었습니다. 오래 머무를 여유가 없었던 참이라 <바람약과>를 중심으로 돌아보았는데요... 새롭게 조성된 공간의 모습만 예쁘고 매력적이었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출처: MBC 빈집살래3 공식 홈페이지)

◆내겐 마뜩잖은 <팔복동 공장마을>

우선 F&B를 취급하는 공간인데, 이용자 입장에서 편하지가 않았습니다. <바람약과>는 바람이 드나드는 통로를 많이 만들어 놓았으나 땡볕이 내려쬐는 폭염의 날씨 속에서는 바람조차 뜨거워 즐겁지가 않았습니다. 심미성만 생각해 채택한 집기도 문제였습니다. 오픈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부서진 의자가 2개나 쌓여있나 싶기도 했습니다.

점포 영업 측면에서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공간 내에 수용할 수 있는 손님의 수가 한정적인데 비해 서비스에 나선 종사자 수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을 좀 더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종업원 수를 1명 정도는 더 늘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영업이 잘 되어야 지속가능성이 확보되는 건데... “보여주기식 매장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짧은 체류시간이었지만 제 맘에는 들지 않았습니다. 일단 자료로서 사진이 필요하니 사진촬영만 얼른 마치고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엄밀히 말해 <팔복동 공장마을> 또한 취향의 공간의 공간입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좋고 나쁜 것이 갈라지는 곳이지, 옳고 그름을 판단할 것은 없지요. 따라서 취향을 놓고 시시비비를 따진다는 건 시비를 거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겠지요.

그러나 이 공간에 대해서는 문제제기가 필요합니다. 이 공간에 공익이라는 목적, 공공의 손길이 들어갔기 때문이죠.

<바람약과>에 들러 음료를 주문하고 나서 잠시 고개를 돌려보니 심미적인 공간이 펼쳐진다. 시선을 고정시키는 아름다운 구도였지만, 푹푹 찌는 한여름 날씨 속에서는 바람이 느껴지지 않았다. 반년 후 한겨울이 되면 이 광경은 어떻게 느껴질까? (사진: 윤준식)
방문한 날짜는 8월 13일로, 개업한지 1달이 되지 않은 시점이다. 다리가 파손된 의자 2개가 한켠에 방치되어 있었다. 심미성을 강조하다 점포기능 중 중요한 몇 가지를 놓친 것 중 하나다. 공간에 적합한 예쁜 테이블 구조를 만들다보니 이렇게 작은 의자를 선택한 건데, 체중이 나가는 손님이 앉을 경우 의자 다리가 버틸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 윤준식)


◆이 공간의 주체는 누구인가?

<팔복동 공장마을> 조성은 공식적으로는 2022년 7월 26일 전주시와 <MBC>, <글로우서울>이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부터 시작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몇 달 앞선 시점부터 추진되었습니다. 이미 전주시와 MBC 사이에서 자만벽화마을, 완산동, 팔복동 3군데의 지역을 검토한 끝에 팔복동, 그 안에서도 신복마을을 대상지로 선정했습니다. 이후 『빈집살래 시즌 3 마을상가 활성화 프로젝트 in 전주』라는 야심만만한 제목으로 프로젝트 킥오프를 한 겁니다.

취지만 본다면 『빈집살래3: 수리수리 마을수리』는 매우 훌륭한 프로그램입니다. 팔복동의 방치된 빈집들을 살리는 동시에 코로나로 경제 위기를 맞은 소상공인들 방송의 과정을 통해 마을 전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상생의 앵커스토어들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관련기사] 뉴시스 2022년 8월 4일자

"팔복동 빈집을 매장으로" 전주시, 마을활성화 시동
글로우서울과 함께 빈집 5곳 재생 추진

https://newsis.com/view/?id=NISX20220804_0001967570&cID=10899&pID=10800

시청자들에게는 방송이 갖고 있는 파급력 외에도 서울 익선동과 대전 소제동에서 성과를 거둬온 <글로우서울>도 참여하고, 대기업 <포스코>도 함께하니 성공은 따논 당상이라는 믿음을 줍니다. 그러면서 <MBC> 입장에선 상당히 공익을 우선하고 있음을 은연중에 강조합니다. 사전준비부터 촬영과 방영까지를 놓고 보면 대하드라마 한 편을 제작하는 것과 동일한 1년 반의 제작기간이 소요되고, 부동산 매입부터 설계, 시공까지 상당한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죠.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이 일에는 여러모로 전주시의 지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주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빈집살래3』는 전주시가 추진 중인 팔복동 빈집밀집구역 재생사업의 일환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전주시가 대외적으로 사용된 예산을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촬영을 위한 다양한 편의제공은 물론 방송 프로그램을 위해 일정수준의 예산도 투입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②편에서 계속)

[관련자료] 전주시 보도자료 2022년 8월 4일자
팔복동 빈집 → 소상공인 매장 ‘변신’

(출처: 전주시 홈페이지)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