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학(考現學)이란 '현대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유행의 변천을 조직적,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현대의 참된 모습을 규명하려는 학문'을 의미합니다. [일상의 고현학]은 일상생활 속에 벌어지는 사안 하나를 주제로, 언제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펼쳐보는 이색코너입니다. 인터넷 검색 정보를 중심으로 정리한 넓고 얇은 내용이지만, 일상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 지식의 층위를 높여가 보자구요!
오늘은 소행성의 고현학입니다. 이유는 6월 30일이 UN이 정한 ‘소행성의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소행성의 지구 충돌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그 위험에 대비하자는 취지로 2016년 UN에서 국제기념일로 제정했는데요. 기념일을 6월 30일을 한 건, 1908년 6월 30일 시베리아 퉁구스카 지역에 소행성이 충돌한 사건을 계기로 매년 6월 30일을 소행성의 날로 선포했습니다.
1. 퉁구스카 사건은 뭘까?
1908년 6월 30일 오전 7시 쯤 러시아 시베리아 퉁구스카 지역 상공에서 소행성이 폭발했습니다. 소행성의 크기는 50~100미터 정도로 추측하고 있고, 폭발시의 에너지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1,000개 수준인 TNT 10메가톤 규모였습니다.
피해범위가 무려 2,150㎢이나 됐고, 약 8,000만 그루의 나무가 쓰러졌는데요, 강원교통방송이 있는 원주시 면적이 약 870㎢니까 원주시의 2.5배 면적이 피해를 입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폭발의 영향으로 450 km 떨어진 곳에서 열차가 뒤집어졌고, 폭발로 발생한 거대한 검은 구름이 수백km 바깥까지 만들어졌고, 주민들이 기르던 순록 1,500마리가 폐사했고, 폭발로 인한 지진으로 1,500km 떨어진 곳의 유리창이 깨질 정도였다고 합니다. 아주 다행한 건 워낙 인구밀도가 희박한 곳이라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2. 소행성은 뭐지? 혜성과는 어떻게 다른 걸까?
인류가 소행성을 발견한 건 19세기부터입니다. 1801년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를 발견하면서부터 소행성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소행성의 구분은 좀 애매한데요, 우선 크기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면, 운석보다는 크고, 행성보다는 작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천체를 말하는데, 운석과의 구분을 위해 지름 50m 이상의 천체를 소행성으로 보고 있습니다.
혜성과 소행성의 차이는 꼬리의 유무입니다. 혜성의 꼬리는 혜성의 핵 둘레에 대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대기가 휘발되는 모습이 우리 눈에는 꼬리로 보이는 겁니다. 얼음덩어리 형태로 있다가 태양에 가까워지면 녹으면서 꼬리모양을 이루는 거죠. 이 휘발성 기체가 소진되어 암석만 남으면 소행성으로 부르게 됩니다.
3. 유성과는 어떻게 다를까?
우리말로 별똥별이라 하는 유성은 지구의 대기권에 진입한 소행성 파편을 말합니다. 지구 대기와 마찰해 타면서 빛을 내는 건데 거의 대부분 대기권에서 불타 없어집니다. 이런 유성이 다 타지 않고 지표면까지 도착하면 그걸 운석이라 부릅니다. 간략히 설명하면 소행성은 바위, 혜성은 얼음, 유성은 소행성 파편, 운석은 땅에 떨어진 것. 이렇게 정리됩니다.
4. 여름철 납량특집으로 소행성 충돌 영화가 있지 않았나? 요즘은 왜 안 나오지?
대표적인 영화가 <아마겟돈>, <딥 임팩트>였죠? 둘 다 1998년 같은 해에 개봉했는데요. 내용도 비슷합니다. 어느 날 지구로 날아오는 소행성을 발견하고 전 세계가 공포와 패닉에 빠지지만, 과학자와 우주비행사, 기술자들이 소행성을 파괴해 인류를 구원한다는 이야기죠? 두 영화 중에서 <딥 임팩트>는 소행성을 완전히 파괴하지 못해 인류의 멸망은 막았지만 오랜 재난의 시대로 넘어가는 것으로 끝맺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재난영화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2022년 9월 26일 NASA의 DART 미션이 성공하면서 소행성으로부터 지구를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5. DART 미션? 설마 다트를 던져 소행성을 막는 건 아니겠지?
DART 미션이란, ‘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이중 소행성 방향 전환 테스트)’란 뜻인데요. 우주선을 충돌시켜 소행성의 궤도를 변경시키는 실험이었습니다.
이 실험은 디모르포스라고 이름이 붙여진 지름 170미터의 소행성을 목표로 570kg짜리 무인우주탐사선을 발사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 무인우주탐사선이 10개월의 오랜 비행을 해 목표 소행성을 관측하고 탐색한 다음, 마지막으로 시속 22,530km의 속도로 소행성에 충돌해 소행성 궤도를 바꾸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실험을 기점으로 지구는 소행성 충돌이라는 우주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첫 걸음을 내딛게 된 거죠.
6. 소행성이 충돌하면 얼마나 심각한 일이 벌어질까?
우선 공룡의 멸종 원인으로 추측하는 것 중 하나가 소행성 충돌입니다. 소행성 충돌 가설을 연구한 학자들은 공룡시대 당시의 소행성 충돌이 가져온 여파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먼저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게 되면 여기서 발생한 분출물이 지구의 대기를 섭씨 200~300도까지 데우고, 이는 지구 전체적인 화재를 일으키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연기가 대기를 오염시켜 점점 태양을 가리게 되는데, 이로 인해 지구의 기온이 영하 6도 이하로 떨어졌고, 빙하기가 30년 정도 지속되며 지구의 동식물 3/4가 멸종했다고 추측합니다. 상당히 무섭죠?
그런데 생각보다 자주 소행성 충돌이 벌어집니다. 지름 4m 정도인 소행성은 평균 1년에 1번, 지름 30m 정도 소행성은 100년에 한 번 지구와 충돌하는 걸로 조사되었습니다. 그도 그런게 현재까지 관측된 소행성 중 1,400개 정도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연구되었거든요.
실제로 2013년 2월 15일 러시아 첼랴빈스크 지역에 소행성이 폭발하면서 운석우가 내리기도 했습니다. NASA에 따르면 지름 15m, 질량 7000t의 소행성이 초속 18㎞의 속도로 지구에 돌입, 300kt급의 폭발을 일으켰다고 하는데요. 1,5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7,000여 채의 건물이 파손되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UN산하에 지구방위대를 창설하는 움직임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7. 조선왕조실록에도 소행성이 나올까?
조선왕조실록이 간행되던 시기에는 인류가 소행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시기이기 때문에 소행성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화구(火球)’라고 해서 유성에 대한 기록은 나오는데요, 조선왕조실록 말고도 삼국사기, 고려사, 승정원일기 등에 화구에 관한 기록이 많이 나온다. 심지어 광해군 때 강원도에서 UFO가 발견된 기록도 있습니다.
한국역사연구원 이태진 원장에 따르면, 조선왕조실록, 태조에서 철종까지 472년간의 기록 속에 천재지변 관련 기록이 무려 25,670건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중에서도 인조실록에서 기온이 내려갔다는 기록이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1500~1750년 사이에 유성의 출현과 낙하가 27건이나 기록되어 있는데, 특히 이 시기는 또 소빙하기와 겹치고 있어 다양한 연구의 자료가 된다고 합니다. 참고로 소빙하기 시기에는 기상이변도 많았고, 경신대기근, 을병대기근으로 이어졌습니다.
8. ‘소행성의 날’과 영국의 락 그룹 <퀸>이 관계가 있다며?
그건 세계 100대 기타리스트에 속하는 그룹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와 관련있습니다. 브라이언 메이가 소행성의 지구 충돌을 다룬 영화 <북위 51도(51°NORTH)>에 작곡으로 참여했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가 2014년 스타무스 페스티벌이라는 과학예술종합축제에서 공개되며 과학계에 반향을 일으키게 되며 소행성의 날 제정으로까지 이어진 겁니다.
그런데 음악 좋아하시는 분들도 잘 모르시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브라이언 메이는 천체물리학자이기도 합니다. 영국 리버풀에 있는 ‘존 무어스 대학’의 총장을 역임하기도 한 학자라고 하니 놀랍죠? 천체물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중에 밴드에 합류했고 이 밴드가 나중에 그룹 <퀸>으로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