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학(考現學)이란 '현대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유행의 변천을 조직적,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현대의 참된 모습을 규명하려는 학문'을 의미합니다. [일상의 고현학]은 일상생활 속에 벌어지는 사안 하나를 주제로, 언제 어디서 시작되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펼쳐보는 이색코너입니다. 인터넷 검색 정보를 중심으로 정리한 넓고 얇은 내용이지만, 일상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 지식의 층위를 높여가 보자구요!
내일, 7월 17일은 올해로 76주년을 맞는 제헌절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공포된 것을 축하하고 이를 수호하고자 만든 날데요, 현재는 국가 공휴일이 아니어서 자칫 기억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제헌절과 헌법의 고현학입니다.
1. 제헌절의 의미
제헌절은 대한민국의 헌법을 제정하고 공포한 날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1945년 8월 15일 광복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민주 공화정이라는 국가 이념을 강조하고자 헌법을 만들고 이를 기념하고자 국경일로 정했습니다.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과 함께, 우리나라의 5개 국경일에 속합니다.
2. 왜 7월 17일을 제헌절로 정했을까?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된 날은 1948년 7월 12일이고, 7월 17일은 헌법이 공포된 날입니다. 제헌절은 공포된 날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7월 12일에 제정되었지만 17일에 공포하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조선왕조 건국일이 7월 17일이기 때문인데요, 1392년 음력 7월 17일에 이성계가 왕으로 즉위한 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과거 역사와의 연속성을 담고 같은 날, 대한민국이 식민 통치에서 벗어나 헌법에 따른 국가가 시작한다는 의지와 미래 지향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한 날입니다.
3. 제헌절은 왜 빨간 날이 아닐까?
국경일들은 모두 ‘빨간 날’인 쉬는 날, 공휴일입니다. 그런데 왜 제헌절은 공휴일이 아닐까요? 제헌절이 국경일로 지정되었던 건 1949년부터인데, 그때부터 2007년까지는 공휴일로 지정되었지만, 2008년부터는 제헌절이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제외된 이유는 ‘쉬는 날이 너무 많다’는 경제계의 의견 때문입니다. 주5일제의 시행에 2006년부터 10월 9일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면서 제헌절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건데요. 하지만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제헌절이 언제인지도 잘 모르고, 그 의미도 퇴색되고 있어 다시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4. 제헌절에는 태극기를 게양해야 하나요?
네. 제헌절은 국경일이기 때문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날입니다. 참고로 태극기를 게양하는 법은 두 가지입니다. 광복절, 제헌절과 같이 국경일 및 기념일은 깃봉과 깃면의 사이를 떼지 않고 게양하는 방법이 있고, 현충일같이 조의를 표하는 날에는 세로 깃면의 너비-국기의 세로 길이만큼 내려 다는 ‘조기 게양’ 방법입니다. 제헌절은 국경일이므로 깃봉과 깃면의 사이를 떼지 않고 게양하면 됩니다. 다만, 심한 비나 바람으로 국기가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달지 않으며, 일시적으로 비바람이 심할 경우엔, 잠시 내렸다가 날씨가 갠 후에 답니다.
5. 헌법의 정신이란 뭘까?
헌법 제1조 1항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되어 있는데요. 이 1조 1항은 대부분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러면 제1조 2항도 아시나요?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입니다. “국가는 국민의 자유와 생명,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존립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내용으로 이것이 헌법의 정신입니다. 또한 헌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나라의 질서를 세우고 국가의 근본이 됩니다.
형법이나 민법 같은 법률은 헌법과는 다릅니다. 법률의 상위에 있으면서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헌법으로, 모든 법들의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헌법은 한 나라에서 최상위의 법 규범으로 국민의 권리, 의무 등 기본권에 대한 내용과 국가기관 등 통치기구의 구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모든 법령의 기준과 근거가 됩니다.
헌법은 한 국가의 최고 법규로서, 그 국가의 정체성, 정치 체제, 국가 기관의 조직과 권한,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과 의무 등을 규정하는 기본법입니다. 헌법은 국가의 근본적인 법적 틀을 제공하며 모든 법률과 정책은 헌법에 부합해야 합니다.
보통 헌법이라고 하면 두꺼운 법전을 떠올리실 수 있는데요, 생각보다 헌법은 짧습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전문(前文)과 본문 총 10장 130개조, 부칙 6개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번 찾아서 소리내어 읽어보시는 것도 권하고 싶네요.
6. 헌법을 바꾸려면?
법률은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만들 수 있는데, 헌법은 그 중요성이 크다보니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헌법 개정을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국민투표를 통해 투표한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개정안에 찬성해야 헌법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토록 개헌 절차가 까다로운 건, 헌법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바꾸는 것 또한 신중히 이루어지도록 한 것입니다.
7. 헌법재판소는 무슨 일을 할까
헌법재판소는 헌법과 관련된 다툼을 해결합니다.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았는지 판단하고 국가 기관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지 살핍니다. 대통령이나 장관 등이 잘못을 했을 때도 국회가 탄핵을 통해 파면할 수 있는데, 국회가 내린 파면 결정이 정당한지도 헌법재판소가 판단합니다.
일반 국민들도 헌법재판소를 통해 헌법 소원을 할 수 있습니다. 법률에 의해 국민의 권리와 자유가 침해 당했을 경우 시시비비를 가려 달라고 헌법 소원을 하면 헌법재판소가 이를 심판합니다.
실제로 지난 6월 27일에는 헌법재판소는 친족 간 재산범죄 처벌을 면제하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현행 친족상도례 조항이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등 친족 관계만 있으면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는 점이 문제라 “넓은 범위의 친족간 관계의 특성은 일반화하기 어려운데도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 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이 되어 본래 제도 취지와는 어긋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 결과 이 조항의 적용은 중지되고 2025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상실합니다.
헌법 재판소의 재판관은 아홉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심판할 때 여섯 명 이상이 찬성을 해야 심판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집니다. 아홉 명의 재판관 중 세 명은 국회가 지명하고, 세 명은 대통령이, 나머지 세 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데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에서 재판관을 지명하는 이유는 한쪽으로 치우친 판단을 하지 않고, 국가 기관이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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