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거버넌스는 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어렵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를 논하기 전에 ‘거버넌스’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블록체인 거버넌스’는 넌센스다. 말 그대로 알지도 못하는 걸 사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이폰이 등장한 이래로 ‘디지털 디바이드’가 문제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지금 세대야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여서 스마트 기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그러나 현재 60대가 넘은 세대들은 그러지 못한다. SNS 사용도 버거운데, 새로운 기기나 새로운 앱을 활용하는 건 기대하기 힘들다.
마찬가지다. 거버넌스의 개념인지조차 이뤄지지 않고, 그 시스템 정착도 사회적으로 일천한 상황에서 블록체인 거버넌스를 이행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물론, 디지털 기기를 잘 사용하고, SNS를 통해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세대들한테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버넌스는 단순 모임이 아니라, 목적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목표를 수립하고 모든 참여자가 함께 협의하는 기구여서 기본적으로 토의,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참여하기 힘들고 이해하기도 힘들다.
이에 대한 사례는 멀리 내다볼 것도 없다. 뉴스를 통해 자주 보게 되는 국회의 파행을 보라. 국회를 보면 우리 사회의 토론과 토의 문화의 한계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데, 일반 시민들 수준이 국회의원보다 더 낫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아울러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을 더해서(+) 이해해야 하는 상황이니 거버넌스 이해에다 기술적인 이해도 추가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 거버넌스”가 가능할까?
이 연재를 위해 IT 개발자들과 블록체인과 거버넌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들은 ‘블록체인 거버넌스’ 실현에 고개를 저었다. 기술구현에선 전문가지만, 정치·사회적 쓰임새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기에는 힘든 경험과 감수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통섭”의 중요함을 한 번 더 깨달은 시간이었다. 거버넌스를 이해하고 좋은 점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블록체인의 활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블록체인 개발자들은 그 반대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후 모든 걸 이해한 사람들이 참여해야 가능한 상황이어서 쉽지 않다는 말이다.
둘째, 기술적으로 블록체인은 아직 보편화 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첫 번째 이유의 연장선인데, 앞선 내용이 인지와 관련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라면 이번에는 기술적인 문제다.
아직 보편적인 이해가 없는 만큼 기술 발전도 좀 더 때를 기다려야 한다. 특히 블록체인의 탈중앙화에 대해 언짢아하는 중앙정부의 제재 속에서는 기술 발전도 쉽지 않다.
블록체인에 대해 관대한 국가에서 ‘블록체인 거버넌스’가 성공적으로 실현되고 나서 한참 후에야 국내에 도입 의지를 피력할 가능성이 크다. 혹은 기득권이 블록체인에 대한 대비가 완벽하다고 판단될 때 본격적으로 개발 장려 정책을 동원할지도 모른다.
셋째, 블록체인에 대한 오해를 먼저 해소해야 한다. 블록체인에 대한 오해는 이해 부족에서 나온다. 비트코인의 과열로 인해 대중들은 블록체인 시스템을 이해하기보다 암호화폐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게 현실이다. 당장 눈앞에서 오르거나 내리는 화폐가치에 연연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숲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에 싱가포르에서 인공지능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분을 만나서 대화하던 중 블록체인이 화제가 되었다. 블록체인 강소국인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분이기에 블록체인과 관련한 강의라도 들을 자세를 취하고 있었는데, 인공지능 전문가지라고 하면서도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상태였다. 오히려 필자에게 “블록체인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있는 데 쉽게 개발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싱가포르조차도 비트코인에 투기로 인한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순간이었다. 이러한 오해가 막고 있는 한 블록체인 개발은 쉽지 않고, 상용화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넷째, 테스트 베드(Test Bed)가 필요하다. 위의 문제가 다 해소된 다음에도 충분한 테스트가 이뤄져야 한다. 테스트도 대중적으로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해 부족, 인지 부족 등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세대별 수준 차이도 클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의 장점과 후세대의 장점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 금상첨화겠지만, 현실은 그 반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사회적으로는 “리버스 멘토링”을 주창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반영하기는 여전히 힘들다. 아울러 후세대 역시 합리적인 사고와 가치관을 충분히 함양했다고 이해하기 힘들다. 이러한 여러 가지 부정적인 현실을 고려할 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거버넌스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음에도 거버넌스조차 여전히 이행되지 않는 가운데, 블록체인 거버넌스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은 망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인 가운데서도 상상력은 필요하다. 그런 상상력 없이는 아무런 발전도 개발도 없을 테니 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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