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4차원 이상의 세계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생각'을 2차원의 지면에 1차원의 점과 선의 형태인 문자를 활용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인간은 2차원 지도를 만들어 3차원 이상으로 해석해 목적지를 찾아갔습니다.
이 말을 달리 이해하면 인류는 계속 발전했지만, 새로운 차원으로까지 발전할 필요는 없었다는 의미죠. 도구가 만들어졌어도 3차원적 발전이고, 기계가 발전했어도 여전히 3차원을 벗어나지는 않았습니다.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다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여전히 3차원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차원을 새롭게 경험하게 됩니다. 원자에서 비트(bit)로 바뀐 것을 체험하고 있지만, 여전히 원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인간 자체가 3차원 물리적 존재라서 그런 걸까요? 값비싼 원자 형태의 상품을 선호하고 있죠.
그러나 값비싼 물리적 상품을 소유할 수 없는 인간은 비트 형태의 대체품을 구매하기도 합니다. 그 덕에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들은 원자 형태를 다루는 기업이 아니라 비트를 잘 다루는 기업들입니다. 3차원 형태의 소유만을 바랐던 세상에서 이제 공유라는 차원이 확실하게 추가됐습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줄, 디지털화의 영향은 기존 1·2·3차원과 결합해서 새로운 차원의 시대를 만들고 있고요. 이미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에는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공존하는데 결국 사람이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치적 변화는 어떨까요? 이미, 세계는 다원화 시대로 들어섰습니다. 세계를 이끄는 G7은 G20으로 확대됐고, 대한민국도 G20에 속해서 세계를 이끌어가는 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국가가 참여해서 세계의 여러 현안을 논의하게 될 것입니다. 세계도 중앙집권에서 탈중앙화로 정치적 체제를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도 지방분권을 통한 탈중앙화를 추구합니다(혹은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20대 대선 기간 여러 후보가 지방의 발전을 위해서 다양한 공약을 선보였지만 지방분권과 관련한 본질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대선 후에는 지방선거가 곧 있으니 지방분권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박빙 대선의 후유증일까요? 여전히 여야의 소모전이 정국을 황폐화 시키고 있습니다. 다뤄야할 지방분권은 다루지 않고, 오히려 지방선거가 대선 이후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각 지방의 발전을 모색해야 할 선거가 지방을 잊고 중당당의 힘을 키우기 위한 도구로 사용됐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멸종한 공룡처럼 중앙정치 시대는 저물고, 끊임없이 살아남는 작은 개미들의 정치, 지방정치 시대가 오리라 생각합니다.
지방분권 시대는 각 지역의 권한과 독립성이 커지는 만큼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지역도 많아질 것입니다. 현재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실행하는 규모 있는 행사 앞에는 대부분 ‘국제’라는 접두사를 붙이고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게 바로 ‘디지털화’입니다.
과거처럼 물리적인 한계가 명확한 시대에는 지방의 역량만으로 세계로 진출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사회·문화 차원에서 어렵게 교류하더라도 정치·경제 등 메이저 부분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방분권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 하면, 중앙정부가 아니라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국제 정치, 경제 분야로 나아가서 협력할 수 있습니다.
벤자민 R. 바버의 『뜨는 도시 지는 국가』에서는 앞으로는 ‘국가’보다 ‘도시’가 국제무대에서 더 활발하게 활약할 거라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어떤 국가에서 태어났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다면, 앞으로는 어떤 도시에서 태어났느냐가 더 중요해 질 것입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 태어났어도 상대적으로 가난한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은 환경이 더 좋은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보다 성공할 확률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반대로 후진국에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좋은 도시에서 태어났다면, 좀 더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강남에서 태어난 사람과 지방에서 태어난 사람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니, 지방분권 시대를 생각하면 ‘어떤 국가’가 아니라 ‘어떤 지역’인 가가 개인의 삶에 더 중요한 영향을 줄 것입니다.
지금처럼 수도권에 자원이 집중되지 않고 혹은 과거와 같이 한계 자원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지 않는 시대가 온다면, 지방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 질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 모로 부족한 자원(인적 자원, 자연 자원 등)을 제대로 활용하고 지역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의 ‘리더’, ‘공무원’, ‘시민’에다가 ‘뉴 디지털화’가 더해져야 합니다.
아무리 세 겹줄이 좋아도 ‘디지털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자원 충원이라는 문제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고, 부족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로비가 여전히 성행해 불공정한, 혹은 불투명한 정치·경제 체제가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디지털화’가 잘 이뤄진다면 ‘한계비용제로’로 수렴하는 경제 체제와 더불어 불공정한 거래와 불투명한 정치·경제 체제가 획기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아무리 ‘디지털화’가 잘 이뤄지더라도 기존 세 겹줄이 튼튼하지 않으면 지역발전은 어렵습니다. 자원 확보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하더라도 발전 방향을 설정하고 추진할 주체가 없을 테니까요. 지방의 특성을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인재가 없다면, 디지털화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이죠. 오히려 세대 간 갈등만 증가 시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세 겹줄 + 뉴디지털화는 지방분권 시대의 기본적인 요소이며, 이 요소가 유기적으로 잘 작동할 때 지방정치의 발전이 가능할 것입니다.
함께 생각해 봅시다.
디지털화가 지방분권에 줄 영향을 생각해 봅시다. 긍정적인 측면은 어떤 부분이며, 부정적인 측면은 어떤 부분이지, 그리고 부정적인 부분은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봅시다.
세대격차만큼이나 디지털 격차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격차가 지방정치에 미치게 될 영향을 생각해 보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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