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독일 통일(81)] 독일 통일의 완성으로 이루어진 동서 냉전 종식
칼럼니스트 취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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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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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후 전승 4강국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서방 3국의 독일 민주화 작업과 독일 지식인들과 정치지도자들의 노력으로 과거의 허구적인 민족주의의 세력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앞에서 보았듯이 일종의 “독일 최우선”을 공공연하게 내세우는 독일의 대안(AfD)이 독일에서 다른 지역이 아닌 과거 서독과의 격차가 여전한 동독에서 득세하고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두고 다음의 지도를 보면 우리로 하여금 미래를 보기 위하여 다시 한번 더 과거를 돌아 보게 만들 것이다.
독일 분단에 대해서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냉전의 산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통일은 사민당의 빌리 브란트가 길을 닦고 기민련의 헬무트 콜이 완성했다고 설명한다. 즉, 브란트의 신동방정책, 신독일정책에 의해 길이 열리고 1989년 동독 민주화운동 상황 하에서 콜 총리의 정부가 통일을 실현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냉전이 독일 분단의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이것만으로는 1945년 2차 대전 종전 전부터 논의된 전승 4강국에 의한 분할점령을 설명하지 못한다. 우리는 2차 대전 후 분단 등에 관해서 제국주의, 특히 미국 제국주의 논리에 의한 설명에 익숙하다.
그러나, 유럽 역사 특히 근대 이후 유럽 역사 속에서 중부 유럽의 독일 민족, 통일 독일과 유럽의 평화와 안전의 관계에서 볼 때 그렇게 간단하게 재단하여야 할 문제가 아니다.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권의 붕괴를 제국주의적 시장세계화에 의한 것이라 설명하지만 2차 대전 후 냉전질서 속에서 동유럽의 대중들은 끊임없이 체제에 도전하였다.
1980년대 말 지배체제의 불안정 속에서 피어오른 민주화운동의 열기는 폴란드에서부터 자유선거에 의해 체제가 부정당하고 사회주의 블록 자체가 철저히 해체되면서 과거지사가 되고 말았다. 이를 제국주의론, 자본주의 음모론으로 설명할 것인가?
앞의 유럽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독일은 유럽의 중부에 위치해 있으면서 육지로만 9개국과 국경을 같이 하고 있다. 유럽의 동서남북을 잇는 십자 교량이다. 역사 특히 19세기 이후 독일의 움직임은 항상 경계 대상이다. 독일의 분단은 직접적으로는 2차 대전 패전과 냉전에 따른 결과이지만 유럽의 안전과 평화에서 차지해온 그 역사의 무게로 인한 운명이기도 하였다. 1989년 동독 붕괴를 계기로 독일은 국내적, 국제적으로 감겨진 운명의 실타래를 풀어서 통일을 완수하였다.
독일통일의 국제성에서 보면, 통일의 완성은 유럽에서 동서 냉전이 종식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독일의 국내 통합은 한 세대를 훌쩍 넘긴 지금에 와서도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19세기에 시작된 독일민족의 형성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독일은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민족을 거론할 수 없다. 여전히 독일 민족이란 말은 불신의 대상이며 터부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독일 통일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것은 우리가 현재 분단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예에서 보았듯이 우리의 분단 역시 민족 내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제적인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독일의 분단보다 국제성이 더 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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